밤새 지키다 잠깐 자리 뜬 사이 ‘콸콸’…“올해 농사도 망쳤다”

강정의 기자 ·김창효 선임기자

폭우에 잠긴 논산 농가 “작년 피해도 복구 못했는데” 허탈

295㎜ 퍼부은 군산 어청도 “이런 비 처음…무서워 잠 못 자”

1시간 만에 무릎까지 차올라…다시 내리는 비에 복구 비상

<b>피해 속출</b> 전날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충청권과 전라권 등 전국 곳곳에 피해가 발생했다.<br />10일 대전 서구 용촌동에서 한 주민이 토사가 흘러든 집 안을 정리하고 있다(위 사진). 전북 군산시 성산면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주택 앞까지 토사와 나무 등이 쓸려 내려와 있다(가운데). 충남 서천군의 한 도로가 끊어져 있다. 조태형 기자·연합뉴스

피해 속출 전날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충청권과 전라권 등 전국 곳곳에 피해가 발생했다.
10일 대전 서구 용촌동에서 한 주민이 토사가 흘러든 집 안을 정리하고 있다(위 사진). 전북 군산시 성산면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주택 앞까지 토사와 나무 등이 쓸려 내려와 있다(가운데). 충남 서천군의 한 도로가 끊어져 있다. 조태형 기자·연합뉴스

“지난해 폭우 피해 복구도 아직 못했는데, 또다시 비 피해를 보게 되니 이제 농사짓는 건 정말 고만해야겠네요.”

10일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에서 만난 김대수씨(39)는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들을 바라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가 호박·콩 등 하우스 농사를 짓는 밭은 지난밤 들이친 폭우로 저수지로 변해 있었다.

논산엔 밤새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김씨는 전날 기상예보를 듣고는 비닐하우스를 뜬눈으로 지켰다. 고랑 사이로 낸 배수로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 이번에는 부디 무사하기를 기원했지만 침수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새벽 3시까지 하우스를 지키다 잠시 자리를 뜬 사이 둑이 터진 것처럼 물이 들이쳤다. 하우스가 물에 잠기고 있다는 장모님의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뛰어나왔지만 비닐하우스는 물론 농기구를 보관하는 창고까지 물에 잠긴 상태였다.

창고 안 트랙터는 물이 빠지고 진흙에 뒤덮여 움직여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각종 전기기구와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귀한 비료들도 모두 물에 잠겨 쓸 수 없게 됐다. 자리를 비운 지 겨우 3시간 만의 일이었다. 김씨는 “이렇게 빨리 물이 들어찰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어느덧 농사를 지은 지도 9년째인데, 연이은 폭우 피해를 보다 보니 이제는 안간힘을 쓸 여력조차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논산에는 172.9㎜의 비가 내렸다. 지난 7일부터 내린 총강수량은 396.8㎜로 충남 지역에서 가장 많았다.

전북 군산 어청도에도 9일 오후 11시51분부터 1시간 동안 146㎜가 쏟아졌다. 0시부터 오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295.0㎜다. 기상청 관측기록에 따르면 1시간에 140㎜가 넘는 비가 쏟아진 사례는 1998년 7월31일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 1시간 동안 145㎜가 내린 것이 유일하다.

“3시간 동안 쉼 없이 장대비가 내리는데, 홍수 날까 봐 무서워 한숨도 못 잤어요.”

10일 새벽 한 시간 만에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전북 군산 옥도면 어청도 김성래 이장(70)은 기자와 통화하며 “평생 이런 폭우는 처음이다. 장대처럼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김 이장은 전날인 9일 오후 10시30분쯤부터 이날 새벽 1시30분까지 3시간 동안 비가 ‘폭탄’처럼 쏟아졌다고 했다. 도로는 폭우가 쏟아진 지 1시간여 만에 성인 무릎까지 잠겼다.

어청도는 군산에서 배로 2시간가량 걸리는 섬으로 현재 120~130명이 산다. 이 마을에서는 최소 14가구가 물에 잠긴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이장 동생 집도 물에 잠겼다. 장건호 어청도 발전소장(55)은 “폭우가 워낙 거세서 밖에 나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일부 주민들은 집이 물에 잠겨 임시거처인 노인정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비가 잠잠해진 오전부터 물에 젖은 장판과 가재도구 등을 밖으로 꺼내 침수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 다시 내리는 비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피해 복구가 언제 끝날지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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