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최소 두 달 이상 더 지속 전망…환자도, 남은 의료진도 “버티기 힘들어”

이혜인 기자

정부, 의료현장 인력 확충 등

더욱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

국립암센터가 신규 환자 진료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다섯 달째 전공의 공백을 메워온 의료진의 피로 누적이 한계치까지 이른 상황으로, 전공의 공백 사태가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가 의료현장 인력 확충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 전문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기존 암환자의 진료를 위해 신규 환자 진료 축소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국립암센터 전문의들은 지난 2월 이후 전공의 공백에도 진료를 온전히 수행하고자 주 70시간 이상 근무, 월 6회 이상의 당직을 수행해 왔으나 그사이에 심리적·체력적 번아웃으로 전문의들의 사직이 발생하고 있어 더 이상 암환자에 대한 질 높은 진료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에서 임상 활동을 하는 전문의 146명을 대상으로 이달 초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12명(76.6%) 중 106명(94.6%)이 신규 환자 진료 축소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전공의들에게 수련 특례를 제공해 오는 9월에 재수련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했으나, 복귀 전망은 밝지 않다. 복지부에 따르면 9일 기준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7.9%(1만3756명 중 1090명)로, 정부 발표 하루 만에 오히려 5명이 줄었다. 9월에 전공의들이 대거 복귀한다고 가정해도, 지금과 같은 의료공백이 최소 두 달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가 비교적 잘 작동한다고 보지만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은 크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대란’이라고까지는 말하기 힘들지만 ‘의료공백’은 확실히 몇 달째 계속됐다”고 말했다.

전공의 이탈 두 달째인 지난 4월부터는 온라인 환자 카페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이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가더라도 신규 환자 접수를 잘 받아주지 않는다”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안 대표는 “서울의 ‘빅5’에서 흡수하지 못한 신규 환자들을 지방의 상급종합병원들이 받아주면서 조절이 된 부분이 있지만, 희귀암이나 희귀질환 등 ‘빅5’에서 치료받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진료가 막혀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접수 외에도 항암 지연으로 인해 암이 재발하거나 제때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지 못한 사례들이 들려온다”며 “응급실 뺑뺑이 사망처럼 눈에 띄는 사례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을 뿐 중증환자들이 의료공백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자문위원장은 “제가 환자를 대학병원에 보냈을 때 신규 환자를 안 받아서 진단부터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문제는 진단부터 안 되니까 치료가 지연되는지 안 되는지 집계조차 되지 않아 환자 피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의료공백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이면 정부가 의료 전달체계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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