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먹방’ 유튜버 쯔양이 4년간 전 남자친구로부터 폭행과 착취·협박을 당했다고 11일 밝혔다. 불법촬영 동영상으로 협박을 당한 사실, 둔기로 폭행을 당하고 돈을 빼앗긴 사실, 강요로 술집에서 일해야했던 경험도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쯔양이 먼저 밝히고 싶지 않았던 과거를 고백하고 나선 배경에는, 그의 과거를 약점 잡아 금품을 요구하고 협박한 사이버렉카(온라인의 부정적 이슈에 관한 영상을 제작해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쯔양은 이날 새벽 유튜브 방송을 켜고 “가로세로연구소라는 곳에 올라온 이슈에 대해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아서 방송을 급하게 켰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쯔양은 이 방송에서 전 남자친구 A씨를 만나게 된 경위, 그로부터 당했던 폭력, 헤어지자고 말한 후 당한 협박과 자신·가족들에게 쏟아진 위협을 하나씩 풀어냈다. 쯔양은 목이 잠긴 채 말을 이어가는 중간마다 한숨을 짓거나, 눈물을 흘리며 어렵사리 자신의 과거를 풀어냈다.
📌[플랫]“전 남자친구가 불법촬영, 폭행 당했다”…쯔양 ‘사이버렉카’ 의혹 고백
그의 고백은 앞서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폭로한 사이버렉카 유튜버들의 통화 녹취록에서 시작됐다. 가세연이 입수해 방송한 녹취록에서는 폭로 전문 유튜버들이 쯔양의 과거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논의하고, 실제 쯔양 측에 접근해 금품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2월 만들어진 녹취록에서 유튜버 전국진씨(채널명 주작감별사)와 유튜버 이준희씨(채널명 구제역)는 쯔양의 과거와 관련한 정보를 입수한 사실, 이를 통해 쯔양 측에 금품을 어떻게 요구할지 논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전씨는 “(폭로하기보다) 그냥 몇천(만원)을 시원하게 당기는 게 낫지 않느냐”라고 했고, 이씨는 “크게 할려면 이거 2억원은 받아야 할 거 같은데, 현찰로”라고 말했다. 나흘 뒤 이씨는 “이걸로 550(만원)을 받았고, 이후 영상을 업로드 안 한 걸로 550을 받았다”며 “유튜버들 오면 연락해주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대화에서는 폭로를 빌미로 한 금품 요구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의심케 하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씨는 “(다른 사례에서) 취재 요청을 하면 먼저 선수 쳐서 자백하면서 해명하고 감성팔이 하더라. 예전에 ○○○한테 한 번 당했다”며 “고소 당해봤자 끽 해봐야 벌금 몇 백만원 나오고 끝난다”고 했다. 전씨는 “(당신이) 터트리면 나는 협상력이 떨어지니까, 이 말씀 드리고 싶어서 전화드린 것”이라고 했다.
사이버 렉카들은 의도에 따라 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씨는 “그럼 쯔양 측엔 제가 (입을 다물기로) 잘 얘기 해놓겠다”며 “만약 일이 터지면 (쯔양 처지에서) 해명을 해줘야 한다. (유튜버) 두세 명만 (작업) 빡 하면 여론은 어차피 바뀐다”고 했다.
이 같은 사이버렉카의 행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명백한 범죄”로 규정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에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는 것이 공갈”이라며 “돈을 주지 않으면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갈 혐의에 무리 없이 적용된다”고 했다. 곽 변호사는 “심지어 이번 건은 작정하고 덤빈 것”이라며 “양형 등에 있어서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헌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이버렉카가 1인 미디어로 활동할 때와 달리 무리를 이루면 피해자들은 엄청난 위협감을 느끼고 대응도 무력하다”며 “앞으로도 피해자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사적 제재에 쏟아지는 열광을 먹고 큰 사이버렉카의 필연적 귀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평론가는 “처음에는 선악을 나눠 정의를 실현한다고 하지만 영향력이 커지고 이익이 따라오면서 범죄의 소지도 커진다”며 “사법 불신 등을 이유로 타인의 사생활을 파는 식의 사적제재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플랫]“묻고 싶다, 영상을 제작할 때 피해자에게 미칠 영향 고민한 적 있나”
이씨는 이날 “부끄러운 돈을 받지 않았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언제가 그랬듯이 끝까지 가면 제가 다 이긴다”라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쯔양을 협박한 이들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해당 사건을 형사 3부에 배당했다. 쯔양 측은 별도 법적 조치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 오동욱 기자 5dong@khan.kr ·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