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MBC 민영화 논의 안 했다더니…김재철 “내가 지시”

전지현·조형국 기자

이, 최필립과 회동서 논의 정황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12년 10월 MBC 기획홍보본부장 재직 시절 고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비밀리에 만난 건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지시 때문이고, 만난 목적도 MBC 민영화 논의였다’는 내용의 김 전 사장 진술이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23일 확보한 2017~2018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불법사찰 등 수사기록을 보면 김 전 사장은 2017년 11월6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이 후보자와 최 전 이사장의 2012년 10월 비공개 회동에 대해 “이진숙에게 최필립 사장님과 한번 이야기해보자고 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전 사장은 ‘이진숙이 비밀 지령을 받고 논의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비밀 지령은 아니고 (민영화는) 제 평소 지론”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정수장학회 요청에 따라 지분 매각 절차를 안내한 것으로 민영화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MBC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의 방문 지시는 없었냐’는 취지의 인사청문위원 질문에는 “오래전에 있었던 일로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른바 ‘정수장학회 비밀회동’은 이 후보자가 MBC 민영화 시도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번진 사건이다. 당시 둘 사이의 대화록이 한겨레를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두 사람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처분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공영방송인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70%, 정수장학회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두 사람이 정수장학회 보유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MBC를 민영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회동은 2017년 검찰의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 수사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당시 김 전 사장은 검찰에서 “연구하는 과정에서 대화 내용이 유포된 해프닝이었다”며 “민영화를 추진한 사실은 있지만 국정원 지시와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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