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경향 연예인 파악’ 국정원 불법사찰 피의자 “이진숙 만났다”

전지현·조형국 기자

이, MBC 홍보국장 시절 국정원 요원과 식사·정보 제공 확인

수사 당시 ‘MBC 민영화 문건’ 작성 도운 전 간부와 통화 시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10년 MBC 홍보국장 재직 당시 MBC 담당 국가정보원 정보수집관을 만나 식사를 하고 정보 수집에 응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후보자 등 MBC 보직 간부들이 제공한 정보가 국정원 작성 ‘MBC 민영화 방안과 연예인·방송 제작자 블랙리스트’ 문건 토대로 활용된 것이다.

23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2017~2018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사찰 등 수사기록을 보면 MBC 담당 국정원 정보원 A씨는 검찰 수사에서 정보 제공자들 이름과 횟수를 밝혔다. 그는 “이진숙 1회”라며 “식사를 하고 정보를 수집했던 기억이 난다”고 진술했다. A씨는 2009~2011년 MBC를 담당한 국정원 요원으로서 2017년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의 핵심 피의자였다.

A씨는 “김재철 2회, 전모씨 다수, 안광한 4회, 권재홍 5회, 김장겸 3회” 등 당시 김재철 사장 체제 MBC의 주요 인사들 이름을 이 후보자와 함께 거론했다.

A씨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국정원은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MBC 장악 문건)을 작성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문건은 민감한 내용, 특히 평직원이나 진보 성향의 사람이 봤을 때 크게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이 많았다”며 “간부급 중 보수적이고 김재철의 측근인 사람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고 했다. A씨는 연예인 성향을 분류하거나 MBC 간부·PD를 사찰한 문건에 대해서도 “누가 좌경향 연예인인지 등을 확인하려면 아무래도 고위직을 만나야 해 사장·부사장·기조실장·본부장·국장들을 만나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당시 국정원 문건에 대하여 알지 못했으며 추후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2017년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이던 MBC 김재철 전 사장, 간부 전씨와 통화를 하거나 통화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전씨는 국정원에 MBC 관련 정보를 제공해 MBC 장악 문건 작성을 돕고 국정원 요청사항을 김 전 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 후보자는 대전MBC 사장이던 2017년 11월 전씨의 검찰 조사 보름 뒤 김 전 사장과 통화한 직후 전씨의 운전기사 B씨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이 후보자가 운전기사에게 전화한 것은 전씨에게 전화를 건 기록이 남을 경우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MBC 주요 간부 간 통화가 운전기사 전화기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후보자는 전씨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건 이유 등에 관한 경향신문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Today`s HOT
이 기쁨이 203주년, 과테말라 독립 기념일 이집트 기차 충돌로 어린이 2명 사망 이색 대회 독일 취미 경마 선수권 대회 재앙처럼 번지는 남미 산불
태풍 야기로 인한 홍수로 침수된 태국 치앙라이 영국 공군대학에서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윌리엄 왕자
네덜란드 해방에 기여한 사람들의 묘지를 방문한 사람들 허리케인 프랜신으로 파손된 미국의 한 매장
볼리비아 산불을 냉각하고 있는 사람들 브라질 원주민의 망토 반환을 축하하는 기념식 베네수엘라 청년당 창립 기념 행사 태풍 야기로 경찰의 도움을 받는 미얀마 주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