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이 가해자로부터 쌍방 신고를 당하는 등 피해자의 고통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이버 학교폭력의 감시·피해자 지원 체계가 부족해 고통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 기관 푸른나무재단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21일부터 올해 1월19일까지 전국 초·중·고교생 8590명, 올해 5월 22일부터 6월28일까지 보호자(학부모) 38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피해 학생의 절반가량이 ‘맞신고’를 당하거나 가해자 사과를 받지 못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피해 학생의 52.2%는 “학교폭력이 잘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해 지난해(34.5%)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피해 학생 보호자의 40.6%는 “가해 측으로부터 쌍방 신고를 당했다”고 답했다. 피해 학생의 17%는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피해 학생의 48.8%가 가해 학생의 사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지원·감시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해 학생의 자살·자해 충동은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경우 45.5%로 경험하지 않은 경우(34%)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김미정 재단 상담본부장은 “사이버 폭력은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피해자가 지원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며 “플랫폼 기업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욕설·음란물 등을 차단하고 사이버 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 어머니 김은정씨(가명)는 “가해 학생의 구타에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것은 1년가량의 지속적인 사이버 폭력 때문이었지만, 학교폭력 처리는 사이버 폭력보다 신체 폭력 사건 위주로 진행됐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이를 사칭하는 계정을 만들고 아무리 모욕적인 언행을 해도 아무 제제가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학폭으로 인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묻는 말에 “고통스럽다” 혹은 “매우 고통스럽다”고 답한 비율은 64.1%로 나타났다. 재단 측은 “2017년 조사 이래 최고치”라면서 “피해 학생의 고통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학폭 피해로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했다고 답변한 비율은 2021년 26.8%, 2022년 38.8%, 2023년 39.9%로 지난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