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을 요구한 전 여자친구를 협박하고 사이버 스토킹을 해 재판에 넘겨진 인터넷 방송인(BJ) 박모씨(40)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박씨가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피해자 권나은씨가 크게 상심해 약을 과다 복용하고 숨진 지 약 10개월 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31일 강요미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스토킹처벌법이 2021년 10월부터 시행되면서 그 전에 발생한 스토킹 혐의는 이번 사건에 적용되지 못했다.
박씨는 두 달 간 사귀던 권씨가 2020년 4월 헤어지자고 하자 자신의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사생활을 폭로할 것처럼 여러 차례 협박해 계속 교제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씨는 ‘권씨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는 거짓 제보 글을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e메일로 전송하는 등 권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박씨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집행유예가 나오고 박씨가 항소하면서 권씨는 크게 상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권씨는 약을 과다 복용해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다 지난해 9월 숨졌다.
지난해 4월 경향신문 보도로 권씨 사연이 알려지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항소심 사건을 담당하는 인천지검에 1심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항소심 양형에 필요한 자료를 추가적으로 취합하고 분석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로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형량이 올라갔다.
다만 박씨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바뀌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박씨가 권씨에게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열흘 사이에 총 20회 보낸 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보통신망법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를 처벌하도록 했다. 문자 메시지 내용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해야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글·말·그림·영상 등을 도달하게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면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2심 재판부는 스토킹처벌법은 해당 사건 발생 이후에 시행됐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단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보통신망법 위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권씨 아버지는 이날 선고 이후 기자와 통화하면서 “결과가 많이 아쉽다”며 “가해자를 끝까지 단죄해달라는 딸의 유지를 이행하지 못한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