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수습되고 있다고요? 현금 직접 결제 소비자들은 한숨만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31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피해자가 적은 규탄 문구가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김모씨는 지난 3월4일 티몬에서 1300만원을 내고 여행상품을 구매했다. 6박8일 동안 유럽 여행을 하는 패키지 상품이었다. 김씨는 카드한도 때문에 1300만원 중 절반인 650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했다. 김씨는 “그때 결정이 정말로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는 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진 뒤 신용카드로 결제한 650만원은 카드사에 구제신청을 했다면서 “현금 결제는 도대체 어디에 환불신청을 접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직장인 A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달 28일 가족여행을 위해 보라카이 여행상품을 구매했다. 부모님이 현금 400만원을 계좌이체로 입금했다. A씨는 “10년만에 가는 가족여행에 부모님의 기대가 커서 지금 사태에 대해 말도 못 꺼냈다”면서 “현금 결제를 한 사람은 티몬이 환불을 해주는 것 말고는 답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티몬 사태가 터진 뒤 간편결제사 등이 ‘선 환불 후 구상권 청구’ 방침을 세우고 환불에 나섰지만 김씨나 A씨처럼 현금으로 결재한 사람들은 구제받을 방안을 찾지 못해 여전히 발을 구르고 있다. 김씨는 “금융감독원과 한국소비자원, 심지어 계좌이체를 했던 은행까지 찾아가고 연락을 돌렸다”며 “그때마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서는 계좌이체도 완료됐고 상부에서 환불 관련 지시가 내려온 것도 아니라고 했다면서 실질적인 환불은 티몬에 문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티몬이 채무지급 보증계약을 한 우리은행에 찾아가기도 했지만 환불 관련 조치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며 “티메프 사태는 명백한 채무지급 사유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들은 간편결제사 등으로부터 환불을 받는데 성공한 피해자를 보면 부러움과 동시에 자책감이 든다고 했다. 하와이 여행상품을 구매한 박모씨(30)는 “1000만원 카드 결제를 하려니 한도 초과가 떠 일단 계좌이체를 했었다”며 “잠깐 판매하는 상품이어서 급한 마음에 결제했는데 실수였다”고 자책했다. 김씨는 “티몬 정도 되는 규모의 회사에서 이런 사태가 터질 줄 몰랐다”며 울먹였다.

이들은 구영배 큐텐 대표가 개인 재산으로라도 처분하겠다고 해놓고 하루 뒤 회생신청을 한 것도 비판했다. A씨는 “큐텐에서 자금을 끌어보겠다고 하고 결국 회생을 신청했다”며 “사실상 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회생을 계획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는 “보증보험이 실질적으로 발효되려면 회생절차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 단계가 얼마나 걸릴지는 또 모르는 것 아니냐”며 “소비자로선 너무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A씨는 “2년 전 머지포인트 사태도 있어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인데, 왜 예방하지 못했을까 싶다”면서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티몬을 압박해 현금 피해자들 피해가 복구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