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최 회장은 상고심에서 2심 판단의 쟁점이 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이로 인한 노 관장의 재산 기여도를 중점적으로 다툴 것으로 보인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 대리인 홍승면 변호사와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5일 오후 이혼 소송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지난 6월20일 상고장을 낸 후 약 40여일 만이다. 상고이유서 분량은 약 500쪽에 달한다.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반박했다. 앞서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이 인정한 재산분할액 665억원보다 20배가 넘는 액수다. 2심 재판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경(SK의 전신)에 비자금 300억원을 건넸다고 인정한 영향이 컸다. 재판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갖고 있던 ‘비자금 메모’에 ‘선경 300억’이라고 적힌 사실이 확인됐는데, 재판부가 해당 메모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노 관장 측이 최 회장 측에 준 ‘유형적 기여’ 중 하나로 보면서 재산분할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여사가 갖고 있던 메모의 진위 여부도 상고심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2018년 친족들에게 증여한 SK 지분까지 모두 재산분할 대상으로 본 것에 대한 최 회장 측 반박도 상고이유서에 담겼다.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은 2심 재판부가 산정한 최태원 회장 재산(약 4조원)의 35%다. 그런데 최 회장이 2018년 최종현학술재단과 친인척에게 증여한 1조원도 최 회장 재산에 포함돼 최 회장 측은 해당 증여분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회장 측은 2심에서 재산분할의 기준이 된 주식가치를 산정하는 데 오류가 있었다며 반박했다. 2심 재판부는 SK C&C의 전신인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계산했다가 주당 1000원으로 사후 경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산 분할 비율 등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며 주문을 유지했고, 최 회장 측은 재항고했다. 대법원이 최 회장 측의 재항고를 인용하면 이혼소송 본안 상고심은 경정 전 판결문을 토대로 심리가 진행된다. 재항고가 기각되면 경정 판결문을 토대로 상고심이 진행된다.
양측은 상고심을 앞두고 대리인단도 재정비했다. 최 회장은 홍승면 변호사(60·사법연수원 18기)를 새로 선임했다. 홍 변호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유력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51·28기), 민철기(50·29기), 김성우(55·31기), 이승호(49·31기) 변호사도 지난 5일 대법원에 소송 위임장을 제출했다. 이재근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인물이고, 김 변호사는 가사소년 전문법관 출신이다.
노 관장 측은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68·13기)과 강명훈 변호사(68·13기)를 대리인단에 합류시켰다. 최 전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최 전 의원과 강 변호사 모두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