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넥슨 게임 홍보영상에 ‘집게손가락’을 몰래 그려 넣었다며 엉뚱한 사람에게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을 한 이들을 불송치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뒤 재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앞서 불송치 결정이 “미흡한 결정이었다”고 인정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7일 “최근 각하 결정한 일명 ‘집게 손’ 관련 명예훼손 등 사건을 검토한 결과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함에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각하 결정한 것은 미흡한 결정이었음을 인정한다”며 “경찰이 재수사할 수 있도록 검찰에 요청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서초서는 ‘스튜디오 뿌리’의 일러스트레이터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신에 대한 혐오·비방 게시글을 올린 사람들을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성폭력범죄처벌법(통신매체이용음란)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각하)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에는 게임업계에서 되풀이돼온 페미니즘 혐오 논리가 그대로 실려 경찰이 여성혐오 음모론에 동조해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서에서 “대한민국에서 ‘집게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라며 “피의자들의 글은 전체적으로 A씨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후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경찰은 이날 결정을 번복했다. 불송치 결정서 상의 경찰 판단이 알려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수사 결과에 항의하는 민원을 제기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서초서 홈페이지에도 1000여건 이상의 항의 민원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특정한 300건의 게시글 중 일부 항목에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성폭력범죄처벌법(통신매체이용음란)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재수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일부 이용자들은 넥슨의 게임 홍보영상에서 한 캐릭터가 집게손가락 포즈를 하는 등 남성혐오 표현이 포함됐다고 항의하면서 A씨를 지목해 온라인에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고 혐오 표현을 올렸다. 그러나 경향신문 취재결과 문제가 된 그림은 A씨가 아닌 40대 남성 애니메이터가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