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그늘막 만드는 ‘태양광 주차장’ 막는 조례

주영재 기자

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 진주시 상대로 헌법소원 청구

일부 지자체, 정부 권고와 달리 태양광 이격거리 강화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가 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주시 태양광 이격거리 조례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가 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주시 태양광 이격거리 조례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일부 지자체가 정부 권고와 달리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강화하면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가 막히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고속도로 휴게소에 폭염 시 그늘막 효과가 있는 주차장 태양광 등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있으나 규제 때문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격거리 규제를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솔루션,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등은 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격거리 규제 강화에 나선 경남 진주시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도로와 주거지로부터 일괄적으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를 막는 이격거리 규제가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 시민의 환경권과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진주시는 지난 6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집이 단 한 채 있는 경우에도 200m 안에는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 10호 이상 주거지역과 도로에서 500m 이격하도록 한 기존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상주시 역시 지난 5월 도로 이격거리는 300m에서 500m로, 인가 10호 미만 지역에 설치할 때의 이격거리는 200m에서 300m로 각각 늘렸다. 해당 지자체들은 주민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의 정진영 국장은 “지구 평균 온도가 연일 전년 기록을 경신하고, 온열질환으로 1000명 넘게 쓰러지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태양광 확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이격거리 규제조차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228개 지자체 중 서울·부산 등 특·광역시와 수도권 도심 일대를 제외한 130개 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두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1월 도로 이격거리를 없애고, 주택가 이격거리는 100m 이내로 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권고에 불과해 따르지 않는 지자체가 많다. 실제 12개 지자체에서 규제를 완화했지만 도로 이격거리 규제를 없앤 곳은 과천·전주·양주시와 신안군 4곳 뿐이다. 완화한 지역들도 도로 이격거리 200~500m, 주거지역 100~400m를 유지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진주·상주시처럼 오히려 강화하는 곳도 있다.

혹서기에 야외 주차된 차량의 실내 온도는 70~90℃까지 올라간다. 태양광 패널을 지붕 형태로 설치하는 주차장 태양광은 그늘을 만들어 차량의 온도 상승을 막아줄 수 있다. 발전수익도 부가적으로 올릴 수 있지만 이격거리 규제로 설치 확대에 발목이 붙잡힌 상태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 공익상 필요로 설치하거나 자가소비 등일 때 예외를 두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하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추진하는 한국도로공사 측은 향후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이유로 “발전소 운영을 위한 전력 연결용량(한전 계통용량) 부족과 함께 지자체 이격거리 조례로 인허가 취득이 불가능한 상황”을 들었다. 공사는 지난해 4곳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50곳에 ‘에너지 자립형 졸음쉼터’를 만들 계획인데, 규제가 걷히면 사업에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이격거리 규제는 한국과 미국 외에 찾기 어렵고, 미국과 비교해도 한국 규제 수준은 주거 지역 5배, 도로 10배 수준으로 강하다. 이격거리 규제는 국내에서 태양광 발전단가가 높게 형성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연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격거리 규제로 잠재적인 입지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입지가 선택될 여지가 있고, 결국 비용이 상승해 재생에너지 보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공공부지를 활용한 주민참여 사업으로 태양광을 친숙하게 여기고, 주민 복지를 창출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지자체가 권고보다 이격거리를 높게 설정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Today`s HOT
발리 국제 에어쇼 준비 중인 호주 전투기 휴대장치 폭발... 헤즈볼라 대원의 장례식 폭우로 침수된 이탈리아의 피해자 돕는 소방관들 태국 문화 기념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
산불과 그로 인한 연기로 뒤덮인 포르투갈 메이저리그의 첫 역사, 50홈런-50도루 달성한 오타니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손된 우크라이나 교회 지진 훈련 위해 멕시코시티에 모이는 사람들
레바논 상점에서 일어난 전자기기 폭발 페루 활동가들, 당국의 산불 비효율 대응에 시위하다.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축하하고 있는 브루어스 팀 홍수 피해로 무너진 교회를 청소하며 돕는 폴란드 사람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