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사건들을 담당하다 숨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고위 간부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그를 알고 지냈던 이들은 “청렴에 대한 소신과 권익위에 대한 애정이 강했던 ‘영혼 있는 공무원’”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차라리 영혼 없는 공직자였으면 그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탄 섞인 반응도, “공직사회 청렴도 평가 업무에선 최고의 능력자였다”는 칭송의 목소리도 다수였다.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로 일해오던 A씨는 지난 8일 세종시 아름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응급 헬기 이용, 류희림 방송통신심위원장 민원사주 의혹 등 핵심 사건들이 모두 A씨 담당이었다. 권익위가 최근 각각의 사건에 대해 내린 결정이 사회적인 비판을 받았다. A씨가 업무 때문에 괴로워했다는 주변의 증언도 나왔다.
1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 3월부터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그는 공직생활 대부분을 반부패·청렴 업무로 보냈다. A씨 지인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 2월 국가청렴위원회·국민고충처리위원회·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가 권익위로 통합·출범할 때부터 청렴위 출신인 그가 ‘청렴 및 부패 방지’ 업무의 중심을 잡아 왔다고 평가했다.
2007~2009년도 청렴위에서 근무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A씨처럼 청렴위 초기 구성원들은 업무 사명감이 컸다”며 “보통 공무원을 두고 ‘영혼이 없다’고 하는데 A씨는 그러지 못한 성격이었다”라고 회고했다.
A씨가 부패 방지 업무에 대한 소신과 권익위에 대한 애정이 유독 컸다는 증언도 많았다. 권익위 출범 초부터 A씨와 함께 일했다는 B씨는 “부패방지 기구의 독립 등에 소신도, 애착도 강하던 친구인 데다가 낯설 수 있는 민간협력까지 잘 해내던 이”라고 했다.
2008년 3월 권익위 기획조정실 민간협력팀에서 당시 팀장이던 A씨와 함께 근무했던 안태원 전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는 “권익위 출범 이후에도 위원회 위상과 활동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청렴도 평가의 틀을 잡는 데 일조한 인물로 평가 업무에 있어 권익위 최고 능력자가 아닌가”라며 “권익위 내부에서는 다 인정하는 분”이라고 했다.
고인은 포용력 있는 태도와 강직함을 두루 갖춘 이로 평가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관계자 C씨도 A씨를 그리 기억했다. 그는 “MB 정부는 투명사회 운동 등 시민사회 요구를 마치 ‘규제’처럼 받아들였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A씨는 공직사회 안에서 진정성을 갖고 민간의 요청을 대하던 공무원이었다”고 했다. 그는 ‘작은 변화라도 이뤄야한다’며 MB 정부에 등을 돌리려는 시민사회를 설득했다고 한다.
A씨는 공직사회 청렴 문제에 있어선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안 전 이사는 3년 전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상 식사비 한도 상향 여부를 두고 대화하던 중 A씨가 “공직에 있는 사람은 아예 안 얻어먹을 생각을 해야지, 3만원에서 더 올리냐 마냐 하는 게 말이 되나”라 말했던 적이 있다면서 “그만큼 강직했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A씨는 사망 이틀 전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에게 “최근 저희가 실망을 드리는 것 같아 송구하다. 심리적으로 힘들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이사장은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가 업무가 고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알려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