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7% 늘어 463만건
감소하다 다시 반등세로
“사법적 통제 필요” 지적
검찰·경찰·국정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 없이 조회한 ‘통신이용자정보(통신자료)’가 윤석열 정부 2년차에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사건 수사와 관련해 언론인, 정치인 다수의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법적 통제’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11일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검찰·경찰·국정원·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2019~2023년 통신이용자정보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2552만7792건의 번호가 법원 영장 없이 조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정보 번호조회는 감소하다가 윤 정권 들어 반등한 모양새다. 2022년 433만9486건에서 지난해 463만1310건으로 전년 대비 6.7% 늘었다.
수사기관별로는 검찰이 2019년 197만여건, 2020년 184만여건, 2021년 135만여건, 2022년 130만여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47만여건으로 다시 늘었다. 경찰 역시 2019년 386만여건에서 2022년 289만여건으로 집계됐고, 지난해 300만여건으로 증가했다.
‘통신이용자정보’는 기본 인적정보를 확인하는 절차다. 이용자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이다. 통신이용자정보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법원의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와 차이가 있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일시와 발·착신 통신번호, 인터넷 로그기록까지 살펴볼 수 있다.
검찰이 이번에 ‘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와 관련해 언론인과 정치인 다수를 대상으로 조회한 건 통신이용자정보다. 검찰은 “단순 통신가입자 조회를 했다”고 밝혔다. 사건 관련자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난 전화번호의 주인이 누군지만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신이용자정보 조회가 결국 피의자와 핵심 참고인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데 쓰이는 만큼 적절한 사법적 통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이용자정보 조회가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이 과잉금지 원칙과 명확성 원칙, 영장주의에 어긋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제기가 2016년부터 잇따랐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이용자인 당사자에게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에 대한 사후통지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당시 헌재 재판관으로서 “해당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별개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비록 통신이용자정보의 민감도가 통신사실 확인자료보다 덜할 수 있어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적사항 등이 다른 정보와 결합할 때 개인의 취향과 정치성 등을 나타낼 수 있는 민감정보로 확대할 위험이 있어 보호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권향엽 의원은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도 없이 매년 우리나라 인구 10%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 들어 그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며 “통신이용자정보도 통신사실 확인자료와 같이 사법적 통제를 받도록 하고 정보관리 및 폐기절차를 규정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