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관광지로 개발 사업 추진
시민들 의견 분분…갈등도
경기 동두천시가 한국전쟁 이후 국가가 ‘미군 위안부’를 강제 격리수용했던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에 나서자 시민사회가 “근현대 문화유산 철거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과 정의기억연대 등 58개 시민단체는 1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동두천시는 옛 성병관리소 건물을 철거하지 말고 역사와 문화예술이 깃든 평화와 인권의 기억공간으로 활용하라”고 촉구했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1970~1990년대 국가가 운영했던 ‘낙검자 수용소’이다. 한국전쟁 이후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지마다 기지촌을 조성했다.
당시 정부는 미군기지 인근에 성매매 영업이 가능한 특정 지역을 설치하고,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성병 검사를 받게 하는 등 사실상 성매매를 조장했다.
성병 양성 진단을 받은 여성(낙검자)들은 관리소에 감금됐다. 수용자 중에 페니실린 등 약물 과다투여로 쇼크사하거나 탈출하려다 숨지는 사례도 있었다. 관리소는 ‘몽키하우스’라고도 불렸다. 수용자들이 철창 안에 갇힌 원숭이 신세라는 의미였다.
동두천시는 소요산 관광지 확대개발 사업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옛 성병관리소 부지를 매입했다. 폐허로 방치된 성병관리소 건물을 철거하고 부지를 재단장해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공대위는 “시가 오는 9월 초 의회에서 심의할 제2차 추경 예산안에 이 건물의 철거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경험은 지워야 할 역사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반성해야 할 역사”라고 주장했다.
김대용 공대위 공동대표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그 책임을 방기하는 것을 넘어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희생을 강요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던 폭력의 현장을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며 “이런 사실들은 기억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동두천 시민 중에서는 폐허로 방치된 이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지역 사회 갈등 현안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2022년 주한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던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성매매를 조장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정부의 공식 사과와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