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갑 가져갔니?”…신림역 흉기살인, 오해가 부른 참극인가

오동욱 기자
중국 국적 30대 여성 A씨가 지난 14일 함께 일하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서울 관악구 당곡사거리의 한 건물 현장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오동욱 기자 사진 크게보기

중국 국적 30대 여성 A씨가 지난 14일 함께 일하던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서울 관악구 당곡사거리의 한 건물 현장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오동욱 기자

중국 국적 30대 여성이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은 지갑 분실에 따른 오해가 부른 참극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의심해 “내 지갑을 내놓으라”면서 다툼을 벌이다 감정이 격해져 흉기를 휘둘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사건 현장 인근의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동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전날 14일 오후 2시쯤 서울 관악구 당곡사거리 인근 건물 입구에서 B씨와 다투다 범행을 저질렀다. 싸움의 발단은 현금이 많이 들어있던 A씨의 지갑이었다. 두 사람이 근무를 마치고 노래방을 나오던 중 A씨가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됐고, B씨에서 “네가 내 지갑을 가져갔냐?”고 따지면서 다툼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에 B씨는 “내가 왜 언니 지갑을 가져가냐”고 맞받았고, 실랑이가 10여분간 이어지며 감정이 격해진 끝에 범행이 일어났다.

인근에서 유흥주점을 하는 C씨는 “A씨가 평소 현금을 은행에 맡기지 않고 갖고 다녀서 ‘돈을 뭉텅이로 가지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술을 한 잔씩 한 상태에서 지갑이 사라지고, 피해자도 갑자기 도둑 취급을 받으니 다툼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의 지갑은 노래방 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건물에 입주한 병원 직원 최모씨(34)는 “밖에서 큰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건물 1층에서 한 여자가 피를 흘리면서도 격양된 상태로 싸우고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다시 나가보니 피해자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신고 접수 5분 만에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18분 뒤 병원 이송을 시작했다. 소방 당국이 주고받은 무전 기록에는 ‘현장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병원을 서둘러 수배해달라’ 등 다급했던 상황이 담겨 있다. 소방 관계자는 “의료계 파업 등 여파가 없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출혈이 심해 현장 조치에 시간이 지연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전날 오후 2시10분쯤 해당 건물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오후 2시13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를 살인 미수 혐의로 긴급 체포했고, 병원에 이송된 B씨가 숨진 후 살인 혐의로 전환했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정확한 관계 및 범행 동기, A씨가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손에 넣게 된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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