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에서 학생, 교사, 교직원 등이 딥페이크 성착취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당한 사례가 517건인 것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사에서 확인됐다.
전교조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딥페이크 실태조사에 접수된 피해 건수가 2492건에 달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전체 신고 건수 가운데 직·간접 피해는 517건이었다. 자신의 사진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만들어진 것을 직접 확인한 피해자는 29명(학생 13명, 교사 16명)이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및 관련 협박을 주변으로부터 전달받는 등 간접 피해를 겪은 이는 488명(학생 291명, 교사 188명, 교직원 9명)이었다. 응답자 4명 중 1명(26.3%)은 ‘의혹은 있으나 피해를 당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피해 사례들은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된 피해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이 크게 미흡함을 드러냈다. 피해 학생 A양은 중학교 때 초등학교 동창이던 남자 동급생이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도용해 합성을 의뢰한 것을 알게 돼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는 친구끼리 사과하고 넘어가라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피해 교사 B씨는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당했으나 경찰이 개인정보를 이유로 가해 학생에 대한 정보를 교육청과 학교에 제공하지 않아 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하지 못했고 보호 지원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협박 범죄에 노출된 사건은 14건(학생 8명, 교사 6명)으로 파악됐다. 전교조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 학교 명단이 유포되면서 해당 학교 구성원들에게 실제 피해 여부와 상관없이 영상물 유포 등을 위협하면서 사진이나 신상, 금전 등을 요구하는 협박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수사기관과 사법 절차를 불신하고 있었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적절한 수사와 합당한 사법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는 질문에 38.4%는 ‘매우 아니다’, 23.9%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피해자 지원 대책 최우선 과제에 관한 질문에 76.4%는 ‘범정부 차원에서 유포 영상 삭제 지원’이라고 답했다. ‘교육부, 교육청 차원 신고 및 상담 지원체계 구축과 피해자 대상 신속한 정보 전달’(72.4%)과 ‘학교 구성원의 피해 치유·회복을 위한 행정·재정 지원’이 뒤를 이었다.
재발 방지 대책 최우선 과제로는 81.2%가 ‘불법합성물 소지·시청 시 처벌 규정 신설 및 유포 시 처벌 규정 강화’를 꼽았다.
전교조는 “불법합성물 성범죄 사안에 대한 관계 부처의 상황 인식은 안일하고 대응 속도도 지나치게 늦다는 것이 학교 현장의 중론”이라며 “정부가 밝힌 피해자 보호 조치사항에도 수사 기관과 연계 방안, 법률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
전교조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신속 설치 등 국가 주도 대응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 성평등교육법 제정 등 교육활동 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