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산림이 토석 채취장과 광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토목 공사나 아파트 건축에 사용되는 골재인 토석의 40%는 산림에서 채취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채취로 인해 파괴된 자연을 복구하는 예치금 부족, 환경영향평가와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법을 이용하는 일부 사업주, 그리고 해당 지자체와 산림청의 부실한 관리 감독으로 백두대간을 비롯한 전국의 산이 파헤쳐지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사흘동안 전국의 토석 채취장과 광산 6곳을 찾았다. 5년전 허가 기간이 만료된 전남 해남군의 한 토석 채취장은 폭격을 맞은 듯 푹 파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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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와 안전상의 이유로 채석 과정에서 산을 계단식으로 깎아야 하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버려진 중장비와 기름통도 허름한 건물 주위에 방치돼 있었다.
“저렇게 하고 갈 거 알았으면 다 반대했죠.” 채취장을 바라보는 한 주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전에 다른 업체가 이어서 사업을 하고 복구하겠다고 한 적도 있었는데, 저 회사도 턱 없이 부족한 복구 예치금 내놓고 저러고 가버렸는데, 안 믿죠. 법이 너무 허술해요.” 해당 업체가 복구를 이행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받아놓은 예치금은 23억으로 실제 총 예상 복구비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산지 복구비는 매년 산림청에서 고시하는 1만㎡당 복구비 산정기준 금액에 따라 산출된다. 복구 예상 비용은 현장 여건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반면 예치금은 단위 면적당 단가를 통해 산정되기에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주민들은 운동장이나 다른 시설로 개발하는 건 어떨지 군청에 제안하기도 했다. 군청은 “현재 복구 설계 중으로 예치금 범위 내에서 산지관리법 기준에 최대한 충족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32만 제곱미터 규모의 충남 금산군의 토석 채취장은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2015년 조업이 중단됐다. 이곳 예치금 역시 실제 복구비용의 3분의 1수준.
또 이 채취장은 허가된 면적보다 8만 제곱미터나 더 많은 면적에서 채석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드러나 관리 감독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금산군은 1995년 토석채취 허가 이후 2002년 사이에 추가 훼손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고 해당 구역을 복구하라고 했지만 업체는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매로 이곳을 매입한 한 사업주는 최근 이곳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흙을 쌓는 기본적인 복구 작업에 들아갔지만 앞날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백두대간 보호지역인 경북 문경시 대야산에는 광산이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대야산은 속리산국립공원에 맞닿아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어떻게 백두대간을 파헤칠 수 있을까?
이 광산은 백두대간보호법이 생기기 전인 1985년부터 사업이 시작됐고, 1997년 산림청은 경관 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채석 허가 연장을 거부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3차례에 걸쳐 국유림 대부 승인과 취소를 반복했고, 지난해 신규 사업자가 제기한 행정소송 2심에서 패소 후 항소를 포기했다. 대야산 신규 사업자는 기존 사업장과 지척인 산 허리에 구멍을 냈다. 백두대간보호법에서는 굴을 파는 작업인 굴진 채굴 방식은 문제삼지 않는다.
산림청은 해당 부지가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새로 제정되기 전인 1985년 허가를 받은 곳으로 신규 허가 지역이 아니며, 주민 민원으로 산림청 영주국유림관리소에서 허가를 취소했지만 이미 허가한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시 채굴을 시작하게 됐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백두대간도 이렇게 파는데, 금수강산이 남아나겠어요?” 대야산 주변 주민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산림청과 문경시청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대야산 광산은 2026년 1월에 허가기간이 만료된다. 조대연 완장리 이장과 주민들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상대로 광산 연장 반대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현장을 동행한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는 “산의 속을 파내는 것도 생태환경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어떠한 방식이든 백두대간보호지역 내에서의 개발은 불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