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응급실 전담…못 받아준 환자가 더 걱정”

최서은 기자

전공의 이탈 6개월째

이대목동병원 가보니

<b>텅 빈 구급차 전용 주차장</b> 정부가 추석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진료 중단을 막기 위해 군의관 등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힌 3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 텅 빈 구급차 전용 주차장을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정부는 응급실 운영에 제약이 있는 기관에 4일부터 군의관 총 15명을 파견하고, 9일부터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텅 빈 구급차 전용 주차장 정부가 추석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진료 중단을 막기 위해 군의관 등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힌 3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 텅 빈 구급차 전용 주차장을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정부는 응급실 운영에 제약이 있는 기관에 4일부터 군의관 총 15명을 파견하고, 9일부터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전공의 떠나고 남은 전문의 8명
교대로 15개 병상 지키며 버텨

“전화 10번 이상 돌려야 병원행”
구급차 뺑뺑이 등 환자도 고통

“1시간 동안 10군데 정도 연락을 돌려서 겨우 이 병원으로 왔어요. 의료공백 사태가 시작되고 나서는 계속 이런 식입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간신히 환자를 이송한 영등포소방서 구급대원은 “전공의 이탈 이후로는 계속 응급실 찾기가 어려워졌고, 특히 중증환자일수록 더 심한 것 같다”면서 “위급한 환자라도 응급실을 찾지 못해 결국 심정지에 처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전했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은 현재 담당 교수 한 명이 혼자 근무하고 있다. 원래 인턴 5명과 레지던트 8명 등 전공의 13명과 전문의를 포함해 총 25명의 의사가 진료를 보지만, 현재는 전문의 8명이 한 명씩 번갈아가며 진료를 보고 있다.

그날 오후 처음으로 응급실 밖으로 나왔다는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원래 의사가 동시에 5명 정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저 혼자 보고 있다”며 “어쨌든 응급실 안에 들어오면 제가 책임을 지지만, 진짜 안타까운 사례는 병원이 받아주지 않아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애매한 중환자처럼 병원 밖에 더 많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남궁 교수는 혼자 15개 병상을 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 역시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다”며 “정말 교수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난 지 6개월이 넘어가면서 전국의 많은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의료공백이 커지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 집계를 보면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표출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후속 진료 가능 여부 분석 결과, 27개 질환별로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은 102곳으로 평시보다 7곳 줄었다.

또 전국 응급의료센터 180곳에서 평시 대비 이달 2일 중증응급질환 진료 가능 기관을 비교했을 때 흉부 대동맥 수술은 72곳에서 69곳으로, 영유아 장중첩 및 폐색 수술은 93곳에서 83곳으로 줄었다. 영유아 내시경의 경우 15곳에서 14곳으로, 산부인과 응급분만은 96곳에서 91곳으로 감소했다.

“대안 자체가 없어” 지역 환자, 불안감 가중

특히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환자들의 불안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경남 양산에 사는 진재원씨(45)는 “지역의료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며 “대안 자체가 없기 때문에 더 불안하고 힘들다”고 했다.

지역 육아카페 등에서는 “소아 응급실들이 폐쇄됐다. 35개월 우리 아이를 받아주는 병원을 겨우 찾았다” “열이 39도까지 올랐지만 응급실이 닫아서 가지 못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접수 후 대기만 4~5시간 걸린다고 하더니, 이를 기다리는 중에도 의료진이 와서 접수를 취소한다며 다른 병원에 가라고 했다”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권인호 동아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우리 병원은 부산 지역에서 가장 많은 구급대와 전원을 수용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인데 지금 전문의 한 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많이 힘들다”고 했다. 이 병원 역시 기존에 전공의를 비롯해 최소 7~8명의 의사가 함께 응급실에 근무했지만 현재는 교수 한 명뿐인 상황이다. 교수 6명이 평일 3교대, 주말 2교대 형태로 하루에 8~12시간씩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3일 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향한 호소문을 내고 “정부의 잘못된 증원 정책이 이제는 산부인과 분만, 시간이 늦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소아과적 응급질환, 생명을 위협하는 흉부외과 응급질환이 치료 불가능한 의료 후진국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일각에서 표현하시는 것과 같은 응급의료 붕괴에 이르는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응급환자는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면서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군의관·공보의 파견, 진료지원 간호사·촉탁의 채용 등을 통해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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