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로 보험료율 다르게 인상···연금개혁안 핵심은

이혜인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4일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의 핵심은 ‘재정안정’이다.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빠르게 인상되도록 해 현행 9%에서 13%까지 올린다.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해 기금소진 시점도 늦추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국회를 통해 개혁안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노후소득보장보다 재정안정에 초점을 맞춘 정부안이 타당한지를 두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0대는 2028년부터, 20대는 2040년부터 보험료율 13%로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을 42%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으나 이후 두 차례 인상을 거듭해 1998년 9%로 인상된 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정부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져서 내년부터 시행되면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인상된다. 2023년 기준으로 기준소득월액의 평균이 286만원인데, 이 경우 9%인 25만7400원을 내던 월 보험료는 13%까지 인상되면 37만1800원으로 11만4400원이 오른다. 근로자와 사측이 절반씩 보험액을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각각 6만7200원의 인상분을 부담하게 된다.

정부는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방식을 제시했다. 20~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가 다르게 적용된다. 정부 계획대로 2025년부터 보험료율 인상이 시작된다고 가정하면, 이 시점을 기준으로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씩 보험료율이 인상된다.

예를 들면 50대(1966년~1975년생)인 A씨의 보험료는 2025년에 1% 인상돼 10%가 된다. 40대(1976년생~1985년생)인 B씨의 보험료는 같은 시기에 0.5%만 인상돼 9.5%가 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율이 가장 빨리 오르는 50대는 2028년부터 13%의 보험료율을 적용받고, 20대는 2040년이 돼서야 보험료율이 13%에 도달한다.

현재 10대라서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아닌 경우는 추후 가입할 때 그 당시 연령대의 보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2010년생이 2030년(21세)에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되는 경우, 그 당시 20대가 적용받는 보험료율(10.5%)를 적용받는다. 이후 보험료율은 13%가 될 때까지 매년 0.25%포인트씩 인상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세대 간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이를 두는 것은 청년세대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며 “과거 저부담·고급여 체계에 따른 세대 간 차이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고 청년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개편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취지를 밝혔다.

자동조정장치, 가입자 수 줄거나 기대수명 늘면 전체 연금액 삭감

앞서 대통령실 연금 개혁안에서 제시됐던 자동안정화장치는 ‘자동조정장치’라는 이름으로 도입이 추진된다. 도입 시 실질 급여액이 줄어든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 개혁안에서는 도입 시기를 확정하지 않고 도입 예상 시점을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제시했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다. 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3년 평균 가입자 감소율과 평균수명 증가율을 계산해서 이를 임금상승률 및 물가상승률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연금액을 조정하고 있다. 핀란드는 가입자 전체의 기대여명이 증가할 경우 연금액을 조정하는 ‘기대여명계수’를 적용한다.

복지부는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을 변수로 해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가입자 수가 줄고 가입자들의 기대여명이 늘면 자동조정장치 수식에 따라서 전체 급여액이 줄어들게 된다. 그에 따라 기금고갈시점은 늦춰진다.

복지부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기에 따른 재정 전망 시나리오 세 가지를 제시했다. 현행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 선에서는 기금소진 시점이 2056년으로 예상된다. 만약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는 2036년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금소진 시점은 2088년으로 32년 미뤄진다. 2049년(기금 감소 시작 시점 5년 전) 도입 시에는 기금 소진 시점이 2079년으로, 2054년(기금 감소 시작 시점) 도입 시에는 기금 소진 시점이 2077년으로 미뤄진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급여액이 대폭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이스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가입자 감소가 커지거나 기대여명이 증가하면 물가(상승분)보다는 조금 덜 (연금급여를) 드리겠다는 의미”라며 “그렇다해도 본인이 낸 것만큼은 돌려드리기 때문에 전년도 받은 것보다 연금액이 더 적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과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개혁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조정장치의 경우 언제 도입하더라도 한국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실질 급여액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제적 흐름이기 때문에 따라가지 않을 수는 없겠으나, 일정한 재정안정 달성 후에 논의해야 한다”며 “이번 방안은 급여 축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20~30대 미래 세대의 연금이 대폭 깎이게 된다”며 “세대간 형평을 맞추는 개혁안이라면서 오히려 미래세대에 부담을 더 지우게 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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