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인 김순호 전 치안정감의 ‘프락치’ 활동 의혹이 담긴 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존안자료 유출 혐의로 시민단체 관계자를 입건한 데 대해 당사자와 시민단체가 “공직자 인사 검증을 위해 공익 제보한 이를 처벌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김순호 파면·녹화공작진상규명국민행동 등은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순호 전 치안정감의 밀정을 공익제보한 군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의문사대책위의 이재범 전 간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하려는 경찰의 행위는 본말전도”라고 비판했다.
이 간사는 회견에서 “김 전 치안정감은 자신이 몸담았던 경찰의 공권력을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며 “그 결과 밀정 의혹에 대해 공익 제보를 한 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가 됐고, 오히려 김 전 치안정감은 자신이 녹화 공작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전 국장의 존안자료는 개인정보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장영일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단체 연대회의 의장은 “존안자료는 전두환 정권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학생운동 관련자를 탄압하고 폭력으로 내동댕이쳤는지를 드러내는 자료”라며 “존안자료는 최근 강제징집 관련 재판에서도 물증이 되어 피해자 배상 판결이 이루어질만큼 공적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호 파면·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상규명국민행동의 주제준 공동 집행위원장은 “존안자료는 반인권적 가해의 역사에 대한 자료로 세상에 공개되어 가해자는 처벌받고 피해자는 사과와 배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간사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경찰이 도둑은 잡지 않고 도둑을 잡으라고 소리친 사람을 고성방가로 연행하는 격”이라 지적했다.
2022년 진보단체들은 김 전 치안정감이 운동권 동료를 밀고했다는 ‘밀정’ 의혹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그의 ‘프락치’ 활동 의혹이 담긴 국군보안사령부 존안자료가 언론에 보도됐고, 김 전 치안정감은 “자료 유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6월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단체 연대회의(추모연대)의 사무실과 이 간사의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지난달 26일에는 김 전 치안정감의 존안 자료 유출 혐의로 이 간사를 입건해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