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대형로펌 출신, 공공 출신보다 많아
재판부 재배당 사례도…‘후관예우’ 우려 계속
법조경력 완화 입법 개정안 국회 법사위 상정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국회와 협의해 보완하겠다”
올해 신임 법관 임용 예정자 10명 중 1명은 김·장법률사무소(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판사 임용을 위한 최소경력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비중은 여전히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관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한 목적의 ‘법조일원화 제도’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향신문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신규 임용 법관의 법조경력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총 678명이 신임 법관으로 임용됐고 이 중 김앤장 출신 변호사가 71명(10.47%)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앤장 변호사 출신 법관은 연도별로 보면 해마다 10명 중 1명 꼴로 임용됐다. 2020년엔 전체 신규 임용 법관 155명 중 12명(7.74%), 2021년 156명 중 19명(12.17%), 2022년 135명 중 19명(14.07%)으로 꾸준히 늘었고 지난해엔 121명 중 9명(7.43%)으로 집계됐다. 그러다 조 대법원장 체제인 올해 111명 중 12명(10.81%)으로 다시 늘었다. 다른 대형 로펌이 매년 적게는 1~2명, 많게는 7~8명 정도 신규 법관을 배출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다. 올해 임용 예정자들은 대법관 회의의 임명동의를 거쳐 오는 10월 최종 임명된다.
국내 대형 10대 로펌 중 김앤장 외에 광장·세종·율촌·태평양·화우 등 로펌 변호사 출신은 최근 5년간 모두 140명(20.65%)이었다. 이들 로펌은 해당 기간 해마다 20~30명 정도씩 법관을 배출했다. 10대 로펌을 포함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출신 신규 법관은 해마다 전체 법관 임용 수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와 법조계 일각에선 이처럼 김앤장으로 대표되는 대형 로펌 출신 법관 임용 편중이 ‘후관예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변호사 출신 법관이 자신의 출신 로펌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거나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김앤장 출신 변호사 법관 임용이 재판에 영향을 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민사합의부 판사 3명 중 2명이 김앤장 출신이었는데 사측을 대리하는 변호인단도 김앤장 변호사들로 구성돼 재판부가 스스로 노동자 측에 사건 재배당 의견을 묻기도 했다. 노동사건은 김앤장이 사건 변호를 맡는 일이 많은데, 노동전담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3개씩 밖에 없어 김앤장 변호사 출신 법관을 다수 재판부에 배치한 것을 놓고 비판이 나왔다.
대법원은 판사 임용 시 필요한 최소 법조경력을 기존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 등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앞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낸 법관 경력 축소 방안을 담은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은 21대 국회인 2021년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김앤장의 판사 독식”이라는 비판에 부딪히면서다.
본회의 부결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우려와 비판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관예우, 후관예우가 없도록 여러 조치를 마련하고 있고 국회와 협의해 보완을 마련하겠다”며 “시험만 잘 치는 것이 아니라 충실히 법조인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법관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경태 의원은 “법원행정처는 인사 선발 기준 등을 제대로 마련해 적어도 대형 로펌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경력 법관 인재 풀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법조일원화 제도의 단점에 따른 문제를 극복하고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