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도 5·18 유공자 정신적 피해 인정···“국가가 430억원 배상해야”

유선희 기자

최다 규모 800여명 손해배상 소송

일부 유공자 금액 바로 잡아 위자료 증액

유공자 “여전히 병원 치료로 고통 받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불법으로 끌려가거나 상해를 입은 유공자 800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이 항소심에서도 인정됐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이원범)는 5일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841명과 유족 2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위자료 43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 액수가 과도하다며 낸 정부 측 항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판단한 위자료 산정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연행됐거나 옥살이를 한 경우 1일당 30만원’, ‘장애가 남지 않는 상해를 입었다면 500만원’, ‘상해로 장애가 발생했다면 최소(장해등급 14급) 3000만원’을 인정하되 노동 능력 상실률이 5%씩 높아질 때마다 1500만원을 더해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유공자에 대해선 구금일수, 형사보상금 공제 부분을 바로 잡으면서 위자료를 증액했다. 이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전체 유공자들의 위자료 액수는 1심에서 인정된 426억6600여만원에서 430억6500여만원으로 늘었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유공자들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을 것임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불법행위는 국가기관이 헌법질서 파괴 범죄를 자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반인권적 행위에 해당하고, 유사한 인권침해 행위가 또 다시 자행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5·18 보상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해 정신적 손해에 대해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후 5·18 구속부상자회 회원인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들과 유족들은 2021년 11월 정신적 손해배상을 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냈다.

이날 선고는 5·18 유공자들이 제기한 소송 중 하나로, 집단소송 규모로는 가장 많은 원고 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열린 마지막 공판에 직접 참석한 유공자 이순노씨(62)는 “병원에서 2~3주 입원해 있다가 직접 당사자로서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며 “부상자, 특히 총상 환자들은 병원을 집안 드나들듯 다니면서 1년에 거의 반년 이상을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남 모를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이날 선고가 나온 직후 “1974년 민청학련 등 과거사 사건과 비교해 유난히 5·18과 관련한 정신적 피해 배상이 터무니없이 낮은 부분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원고들을 대리한 김종복 변호사(LKB 법무법인)는 “위자료 액수에 대해 서운한 점이 당연히 있지만, 정신적 고통을 사법부가 이해해줬다고 본다”며 “여전히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분들이 많은데 적절하게 보상받고 역사적 의미를 사회적으로 부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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