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피고인 신문
“김문기 알지 못했다” 주장 유지···검찰과 신경전
“김문기와 친분 가질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은 “전혀 접촉한 적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은 하위 실무자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판을 열고 이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피고인 신문은 검찰 구형 전 피고인에게 확인할 사항을 묻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다. 이 대표가 직접 신문을 받기 위해 증인석에 앉은 것은 지난해 3월 공직선거법 재판이 시작된 후 처음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후보 시절 TV토론 등에서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말하고,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에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취지로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 대표는 이날 김 전 처장에 대해 특정인과 ‘접촉한 적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사람을 ‘안다’는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펼쳤다. 김 전 처장과 공적인 교류는 있었으나 ‘아는 사람’으로 기억될 정도는 아니었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의) 대면이나 대화에 대한 기억은 없었고, 다만 산하기관 직원으로 근무해 접촉 가능성은 없지 않다”며 “사람을 접촉했다고 해서 반드시 다 기억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몰랐다는 뜻으로 한 발언을 ‘내가 인생을 살면서 전혀 접촉한 일이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 개인적 친분이 없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의혹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김 전 처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검찰 질문에 “유동규만 해도 엄청 시끄러운데 그 사람(김 전 처장)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을 향해 “하위 실무자와 특별한 관계임을 상상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시장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김 전 처장과 호주 출장에 동행해 4~5시간 동안 골프를 하고 함께 사진을 찍은 점 등을 근거로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 대표는 “정치인이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 사람들이) 기억에 반드시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은 시장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기 땜에 저런 기회가 되면 일부러 와서 쭈뼛쭈뼛하기도 하기도 한다”며 “수천 장의 사진을 찍은 것 중 (검찰이 같이 찍은 사진을) 골라낸 것은 몇 장뿐이지 않나”고 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 등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뿐 아니라 검찰의 질문을 하나하나 뜯어가며 대답했다. 이 대표는 연필을 들고 노란 공책에 메모하며 검찰의 일부 질문에 “근거를 내고 (신문을) 준비해달라” “상식 밖의 이야기라 답변하지 않겠다” “검찰의 억측”이라는 등 비판적인 어조로 말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피고인 신문을, 지난 3일 결심공판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이 대표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재판이 미뤄졌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결심공판을 열어 피고인 신문을 마저 진행한 뒤 이 대표의 최후진술과 검찰의 구형을 들을 예정이다. 통상 결심공판 이후 선고까지 한 달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대표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이 대표가 받는 4개 재판 중 가장 먼저 1심 선고 결과가 나오는 재판이 된다. 만약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피선거권이 박탈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고 국회의원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