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다른 사람의 우산을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해서 가지고 간 60대에게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본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절도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62)가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8월 서울 강남구 소재 식당에서 자신이 쓰고 온 검정색 장우산과 색상·크기가 비슷한 다른 장우산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가지고 갔다가 검찰로부터 절도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고의로 20만원 상당의 우산을 훔쳤다고 봤다. 기소유예란 범죄는 성립하지만 그 정도가 경미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A씨는 “착각해서 잘못 가져갔다”며 “절도의 고의가 없었는데,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처분은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며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헌재는 “동일한 물건으로 오인해 가져온 경우 범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헌재는 “A씨의 연령과 A씨가 3년 7개월 전 기억력 저하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 등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우산을 착각했디는 주장이 그 자체로 비합리적이지 않다”며 “착각한 타인의 우산 손잡이에 비닐포장이 씌워져 있기는 하지만 사소한 부분이어서 충분히 착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사기록만으로 A씨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추가 수사 없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은 중대한 수사 미진 또는 증거 판단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취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