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처분을 검찰에 권고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공직사회 청렴도를 무너뜨렸다”며 비판했다.
8일 반부패운동을 해온 시민단체들은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가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 행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사건 관계자인 최재영 목사의 입장을 같이 듣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수심위는 최 목사를 배제한 채 진행됐다”며 “수심위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표결했고, 수심위원 목록 등이 전혀 공유되지 않고 있으니 ‘김 여사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기 위한 들러리로 쓰인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불기소 권고가 향후 공직사회 규율을 무너뜨릴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이영기 호루라기재단 이사장은 “이번 수심위 권고는 앞으로 공직사회 내 온갖 파행이 용인될 수 있다는 언질을 준 것”이라며 “대통령 부인이 연루된 일이 요식행위로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시민들은 도덕적 불감증을 더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대표는 “가장 솔선수범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무런 사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재판조차 받지 않는다면 공직자들은 왜 청탁금지법을 지켜야 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며 “청렴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졌는데도 국민권익위원회와 검찰은 사회의 청렴 수준을 역행해 어떻게든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수심위 결정이 “상식선을 벗어났다”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54)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비싼 선물을 받으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느냐”며 “선진국일수록 부패가 없어야 하는데 오히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니 부패와 청렴의 선이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시에 사는 직장인 서모씨(47)는 “수심위가 형식이라도 최소한의 공정성을 갖췄으면 모르겠는데 최 목사는 부르지도 않고 한쪽 이야기만 들었다”며 “검찰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명품백 받은 사람은 불기소인데 명품백 준 사람은 왜 조사하냐” “뇌물이든 명품백이든 이제 본인이 안 받고 배우자가 받으면 무죄다. 이렇게 판을 깔아 줬는데 못 받으면 바보” 등의 글이 게시됐다.
시민들은 최근 감사원이 대통령실 이전 의혹에 대해 ‘주의 촉구’를 결정한 것도 대통령 부부에 대해서만 부패 행위가 제대로 감시되지 않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3)는 “대통령실 이전 의혹이 나온 것도 당시 대통령이 서둘러서 이전을 결정해 생긴 문제였다”며 “주의 요구만 나오고 실질적 처분이 나오지 않은 것은 감사원이 (정권에) 설설 긴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