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명예훼손 보도 의혹’ 변경된 공소장 보니
“혐의와 무관” 지적됐지만
‘이재명이 공산당처럼…’
관련된 내용은 계속 살려둬
‘민주당 허위 전파’ 주장 강화
피고인 측 “달라진 게 없다”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법원 재판부로부터 “직접 관련성 없는 내용까지 공소장에 적시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수정한 공소장에도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관련 내용 등 재판부 지적 사항을 여전히 남겨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경향신문이 검찰의 변경된 공소장을 입수해 본 결과, 공소장은 기존 71쪽에서 56쪽으로 15쪽 줄었다. 분량이 줄어든 주된 부분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을 짜서 유포하려 했다는 ‘언론작업’ 관련 내용과 언론사들이 이러한 허위 프레임을 확산시켰다는 내용 등이다. 재판부가 앞서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와 무관하다고 지적한 부분들이다. 검찰은 기존 공소장에서 “김씨 등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장동 개발 비리용역과 무관하고 오히려 성남시 이익을 위해 공산당처럼 민간업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빼앗아간 사람이다’라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산당 프레임’이라는 표현은 삭제하면서도 관련 내용은 여전히 살려뒀다. 검찰은 변경된 공소장에서 “김만배가 남욱, 정영학 및 화천대유 직원들에게 ‘이재명이 공산당처럼 민간업자들로부터 수익을 많이 빼앗아 간 것처럼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침을 계속 강조했다”고 명시했다. 이런 지침은 ‘이재명 측과 유착관계를 은폐하기 위해서’라고 적시됐었는데, 이 부분만 덜어낸 것이다. 앞서 재판부는 “이 후보가 공산당처럼 굴었다는 것이 윤석열의 명예훼손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검찰은 ‘공산당 프레임’을 유포하려 했다는 김씨의 언론작업 내용도 대부분 삭제했다. 기존 공소장에 ‘윤석열 후보의 조우형 수사 무마 프레임이 다수 언론에 의해 퍼졌다’고 적시했는데, 이를 최초로 전한 경향신문 보도를 제외한 타 언론사 관련 내용은 모두 덜어냈다.
대신 검찰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허위사실을 전파했다는 주장을 강화했다. 변경된 공소장에서 검찰은 “민주당은 2021년 11월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대출이 불법대출이었다는 정황과 이를 수사 대상으로 인지할 만한 정황이 차고 넘침에도 2011년 5월1일 윤석열 당시 주임검사는 대장동 관련 대출에 대해선 기소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성 수사, 부실수사를 했다’는 내용을 배포해 다수 언론매체에 의해 보도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록’을 보도한 뉴스타파 기사를 다수 언론이 인용하고, 이 후보가 뉴스타파 보도를 공유했다고도 적었다.
재판부는 지난 3일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변경한 공소장과 관련해 “아직까지도 공직선거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기자회견이나 뉴스타파 보도 인용 및 공유가 윤 대통령 명예훼손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설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피고인 측은 이날 통화에서 “여전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공소장 같다는 재판부 지적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장 문제로 재판이 계속 지연될 것을 우려해 공판준비기일은 일단 종결하기로 했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첫 공판은 오는 24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