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탈퇴 종용’ 허영인 SPC회장 두번째 보석심문···“고령 고려를” VS “증거인멸 우려”

허영인 SPC 회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를 탈퇴할 것을 지시·강요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허영인 SPC 회장이 두번째 보석 심문을 받았다. 허 회장은 “고령의 노인에게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조승우)는 10일 허 회장에 대한 두 번째 보석 심문을 열었다. 양복 차림으로 재판정에 나온 허 회장은 “무더위에 지병을 갖고 있어 너무나 불안하고 걱정이 돼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감사 기도를 올리곤 했다”며 “최근에는 허리통증이 심해져 복대를 하지 않으면 걷거나 앉아 있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보석을 허가해준다면 건강을 추슬러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 측 변호인단은 “허 회장이 황재복 대표이사에게 부당노동 행위를 지시했다는 것은 황 대표의 진술이 유일한데 현재 증인신문이 끝났다”며 “황 대표에 대한 진술 회유 가능성, 즉 증거인멸 가능성은 소멸했다고 봐야 해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조서에 부동의한 이유는 검찰 조서가 내용 전부를 기재한 것이 아니다 보니 일부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서 반대신문을 통해 의미를 확인하겠다는 것이지 다른 피고인들이나 관련자들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최근 황 대표와 오랜 기간 근무한 운전기사가 기존에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업무를 배정받아 사직하는 등 부당노동 사건과 관련된 임직원이 회사를 나온 정황이 확인되고, 허 회장 스스로도 회사 내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태도를 보이는 직원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며 “여러 정황을 볼 때 허 회장은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보석을 불허할 이유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 회장 측은 반대신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동 피고인들 등을 법정에 세우려고 하고 있는데, 이는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을 번복시키겠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며 “이미 공동 피고인들 등과 진술을 담합한 것은 아닌지도 깊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지난 7월 “무더위로 잠도 잘 못 자고 부정맥 증상이 악화하고 있다”며 보석을 신청했으나 재판부가 “범죄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기각했다. 허 회장과 함께 구속기소된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보석을 허가받아 풀려났다.

허 회장 보석 여부와 별도로 현재 진행 중인 SPC 재판에선 ‘노-노 갈등 유도’ 등 사측의 노조 와해 막후공작이 드러나고 있다. 백모 SPC 커뮤니케이션실 홍보 전무가 그룹 내 한국노총 소속 피비파트너즈 노조의 전진욱 노조위원장 앞세워 사측에 유리한 인터뷰를 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백 전무의 기획으로 실제 “노노갈등으로 가맹점주들이 피해 보고 있다”는 내용의 TV조선 뉴스가 보도됐고, 허 회장은 백 전무에게 직접 격려 전화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