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공장이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돼 연 1회 이상 화재안전조사를 받게 된다. 리튬전지를 특수가연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위험물을 저장·처리하는 시설의 외벽 마감재료는 모두 불연재료로 강화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 ‘전지공장 화재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대책은 리튬 1차전지와 전기자전거 등에 쓰는 소규모 2차전지가 대상이다.
지난 6월 23명이 희생된 아리셀 공장 화재는 전지제품 관리 기준 부재, 사업장 안전관리 미흡 등 다양한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우선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 선정 기준을 개선해 위험성이 높은 전지공장 등을 최우선으로 지정한다.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은 다수의 인명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시설로, 지정 시 화재예방법에 따라 ‘화재안전시행계획’을 연 1회 수립하고, 연 1회 이상 화재안전조사 및 소방교육훈련을 해야 한다.
아울러 리튬전지를 ‘특수가연물’(위험물보다 화재 위험은 낮지만 연소 확대가 빠르고 소화가 곤란한 물질)로 지정한다. 특수가연물로 지정하면 물품의 적재·보관, 내화구조·방연재료 사용 등의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전지를 한곳에 쌓아놓고 포장작업을 하다 화재가 커졌다는 점을 고려했다.
홍영근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은 “한번에 적재할 수 있는 양을 정하고, 벽구조를 내화구조로 하고, 소화덮개를 덮어 화재가 번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폭발이 나면 지붕이 뚫려서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튬 등 위험물 저장·처리시설의 외벽 마감 재료는 콘크리트, 벽돌 등 불연재료만 사용하도록 한다. 기존에는 샌드위치 패널(철판으로 만든 벽체 사이에 단열성 재료를 넣은 판재) 등 준불연재료까지 허용해 화재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전지제품 자체의 사고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발화점이 낮은 액체 전해질 대신 발화점이 높은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전지 기술’과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단락을 방지하는 첨가제를 개발한다. 금수성물질의 경우 허가 기준량(50㎏) 미만이라도 조례 표준안을 마련해 지자체가 저장·취급 시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소규모 리튬전지 소화성능 기준은 12월까지 마련하고, 나머지 리튬이온배터리 소화약재는 2028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화재 초기 신속히 피할 수 있도록 전지공장에 시각경보기 설치 규정을 마련하고, 화재 대피용 마스크 비치를 권고한다.
모든 외국인 노동자는 사업장 배치 전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된다. 사업주에 맡기기보다 외국인의 언어 특성, 문화 특성을 고려해 전문교육기관에서 한번에 모아 교육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소방안전교육도 필수로 받게 할 계획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화재 경고·금지 안전보건표지를 스티커 형태로 제작해 배포한다.
제도개선은 대부분 올해, 내년 마무리되나 일부 과제 등은 2028년 종료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비록 국가 인증을 받진 않았으나 시중에 리튬 화재 소화약제가 있는데도 소화약제 개발 시점이 2028년이라는 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