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대생들이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 환자와 시민을 조롱하고, 헐뜯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정부가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응급실 뺑뺑이’ 등으로 환자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일부 의사들의 저급하고 과격한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1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메디스태프로 추정되는 의료인 커뮤니티에 의료 공백으로 더 많은 국민이 죽어야 한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사이트는 의사나 의대생임을 인증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 메디스태프에서는 전공의 집단사직 후 사직하지 않거나 복귀를 시도하는 전공의들을 향한 ‘신상털기’와 ‘조리돌림’이 계속되고 있다.
의사·의대생 내부 커뮤니티…“조선인 응급실 돌다 더 죽어야”
이날 문제가 된 게시글에는 “다 죽어라. 너희들과 협의하는 단계는 지났다”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 “조선인이 죽는거 볼때마다 기분이 좋다” 등 과격한 발언이 담겼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국민을 ‘개돼지’ ‘조센징’이라고 표현하며 비하했다.
해당 게시글에서는 “진짜 개돼지들 조금도 동정심이 안든다” “개돼지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어라. 죽음에 대한 공포로 온몸이 마비되고, 의사에게 진료받지 못해서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들이 여럿 쌓이고 쌓여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는 등 조롱했다.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이 오길 바란다는 발언도 있었다. 의사로 추정되는 게시글 작성자는 “추석에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다. 조선인들 살리면 안 되는데” 등 패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시민들 “저런 사람이 의사라니 끔찍” “면허 박탈해야”
해당 발언을 접한 시민들은 분노했다. 지역 의료원에서 일하는 A씨(43)는 “의사는 아니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화가 난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환자 보호자인 B씨(54)는 “국민과 환자는 지금 이 상황을 다 보고 있으면서도 어금니를 깨물고 참고 있다”며 “의사들의 이런 행동은 이번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불신만 키울 것”이라고 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오늘 아침에도 항암치료 받는 환자분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거절당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국민들에게 더 당해보라고 한다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런 게시글을 쓸 힘이 있다면 제발 의료현장에 돌아와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써달라”고 당부했다.
패륜 발언이 갈무리 돼 올라온 게시글에는 “저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의사가 된다는 게 끔찍하다” “사람 살리는 머리와 손을 가지고 그런 잔인한 말을 하다니” “반드시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복지부, 해당 게시글 증거 모아 수사 의뢰
보건복지부는 해당 게시글을 확인하고 증거를 모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앞서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현장을 떠나지 않은 의사들의 개인정보를 담아 유포한 ‘응급실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에서 “일부 의사 또는 의대생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의료진 보호를 위해 총 40건의 수사 의뢰를 했고, 이번 의사 내부 커뮤니티 불미스런 게시글도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했다.
‘메디스태프’ 운영진은 공지를 통해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이 곤란해질 정도의 수사 상황에 처하면서 기존처럼 게시판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준법적인 게시판 이용을 부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