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주원양 어머니, 권경애 변호사 징계개시 청구
2015년 고 박주원양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지 9년, 2022년 11월 가해 학생 측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허망하게 패소한 지 1년10개월이 흘렀다. 박양의 어머니 이기철씨는 청소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정작 패소의 책임이 있는 권경애 변호사는 지난 8월 ‘정직 1년’의 징계 기간이 끝나 이름 뒤에 다시 ‘변호사’ 직함을 달았다. 이씨는 “주원이가 어떻게 공권력에 외면을 당하고 생을 마감했는지 알리고 싶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씨는 11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요청 청원서를 제출했다. 권 변호사의 과실이 추가로 확인됐으므로 재조사를 하고 이에 합당한 징계를 내려달라는 취지다.
이씨는 박양의 학교폭력 피해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으나 권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에 세 번 연속 불출석하면서 패소했다. 민사소송법은 재판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가 이씨에게 패소 사실조차 알리지 않아 이씨는 상고 기회를 잃었고, 패소 판결은 확정됐다.
이씨는 권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 이어 항소심을 준비하다 권 변호사의 과실이 ‘재판 불출석’ ‘패소 사실 미고지’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권 변호사가 박양의 학교폭력 소송 1심 재판에서부터 저지른 과실이 무려 11가지라는 사실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씨는 “(권 변호사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을 준비하면서 서류를 면면히 들여다보고 조목조목 찾았다”면서 “애매한 대목을 제외하고 추린 (권 변호사의) 잘못만 11가지”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 소송 1심 소장을 작성할 때부터 박양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누락했다. 피고 목록에는 가해 학생들의 이름이 빠지고 부모 이름만 올라가 있었다. 이씨는 “주원이를 괴롭힌 가해 학생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달라”고 했지만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요구가 잊혀버린 것이다.
권 변호사가 뒤늦게 자신의 과실을 발견한 후 당사자 표시 정정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는 소멸시효 만료로 가해 학생들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됐다. 권 변호사는 이씨와 상의도 없이 일부 피고에 대한 소를 취하하기도 했다. 권 변호사는 1심 재판에서도 고지 없이 두 번 불출석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청구서 참고자료에 “권 변호사의 중대한 잘못들이 1심 재판부 앞에 명명백백히 드러날 때마다 권 변호사는 의도적으로 재판에 불출석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권 변호사가 자신의 과실을 알고도 이씨에게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싶었다”며 “늘 감추고, 설명 안 해주고, 거짓말하고···. 지금까지도 이런 태도를 이어오고 있다”며 얼굴을 구겼다.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직권으로 권 변호사에 대해 내린 정직 1년 처분은 지난달 12일 만료됐다. 이씨는 변협이 조사위원회를 진행하고 징계 처분을 결정할 때까지 이씨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변협은) 직권으로 한 징계는 피해자가 항의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했다”며 “이번엔 변협 직권이 아닌 제가 직접 (징계를) 요청하기 위해 (청구서를)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박양은 201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사망했다. 2016년 이씨는 서울시교육감과 학교법인,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학부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권 변호사가 소송을 맡았다. 1심에서 이씨는 가해학생 중 1명의 부모를 상대로 승소했으나 책임을 더 묻겠다며 항소했다. 권 변호사가 2심 변론기일에 세 차례 연속으로 불출석하면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났고, 1심에서 승소한 부분도 원고 패소로 뒤집혔다.
앞서 법원은 이씨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공동으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