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이랜드 대규모 임금체불, 네이버 등 IT(정보기술) 업계 노조 결성을 지원한 정의당 기구 ‘비상구(비정규직노동상담창구)’가 재출범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12일 서울 구로구 정의당사에서 비상구 발족식을 열고 “우리는 노동자들의 곁으로 더 가까이 가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묵묵히 참아 온 일들이 부당한 일이고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손 내밀기 위해 비상구가 재출범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노동 중심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1985년 구로동맹파업 현장이자 노회찬 전 의원이 언급한 6411 버스 노선이 지나는 구로구로 지난 7월 당사를 이전했다.
비상구는 2016년 12월 출범한 뒤 현장 노동자들의 권리 구제와 노동문제 공론화, 제도 개선, 노조 조직 지원 등을 해 왔다. SPC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드러낸 게 대표적이다. 21대 국회 들어 활동이 뜸해졌다.
비상구는 변화한 노동시장에 맞춰 다양한 유형의 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가짜 3.3(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위장시켜 맺는 계약)’과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등 여러 노동자들의 상황에 맞춰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노조 밖 노동자와 노동법 밖 노동자 등의 다양한 노동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장의 현실을 정확히 듣고 드러내는 게 매우 필요하다”고 했다.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비상구가 정의당 당원과 그 가족·지인 525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32.7%가 보상 없는 초과 노동을 하고 있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 경험은 21.7%, 임금체불 경험은 19.0%에 달했다.
학원에서 ‘가짜 3.3’ 노동자로 일했던 조모씨는 “근로기준법의 차별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상구는 매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탓하며 무력감을 느끼는 많은 노동자들이 정의당과 비상구에서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 재출범한 비상구는 변호사 12명과 공인노무사 33명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노동 상담과 자문, 소송 지원, 공론화·이슈화, 정책사업, 현장 기획사업 등을 진행한다. 오는 10월16일부터는 격주 수요일마다 정의당사 인근에서 현장상담을 연다.
소민안 비상구 대표노무사는 “최근 우리 사회는 탈출 통로인 비상구가 없는 것 같다. 임금체불은 매년 최고액을 경신하고 해고도 늘고 있다”며 “노동문제를 겪는 이들을 비상구로 안전하게 인도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