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프레스센터 대관 일방적 취소…“언론 탄압 본색”
민주화운동 원로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며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시민사회·종교계의 원로 인사 100명이 모인 전국비상시국회의는 2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1500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상시국회의는 원래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 예정이었으나, 프레스센터를 운영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전날 대관을 취소하는 바람에 프란치스코회관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은 이번 회견을 ‘정치 행사’로 판단해 운영지침을 위반했다며 대관 취소를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시국회의는 회견 전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재단의 대관 취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의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다”며 “극우 보수 세력의 기자회견까지도 용납되는 프레스센터에서 시국선언은 발표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 의정갈등 장기화로 인한 의료 공백, 독립기념관장 ‘뉴라이트’ 인사 논란을 비롯한 역사인식, 공영방송 장악 시도 등을 현 정권의 문제점으로 짚었다. 시민사회 인사 1500여명이 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온갖 망동으로 나라를 망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국정 난맥상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주저하지 말고 민생을 파탄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윤석열 정권을 물러나라고 요구하자”고 했다.
민주화운동 원로들은 기자회견에서 현 정권이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석영 작가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여기까지 왔는데 현재 그야말로 총체적인 위기에 도달해 있다”며 “2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위기가 아닌 것이 없고, 다음 정부가 들어온다고 할지라도 바로 잡고 고치는 데에 몇 년이 허비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근 원로목사는 “오랜 시간 민주화운동을 해온 저희들에게는 새삼스럽지 않은 상황” 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민주주의 수준은 40여년 전 박정희 정권, 30여년 전 전두환 정권 때가 떠오른다. 우리 모두 일어나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채권자인 우리나라 강제징용자들이 도리어 채무자 신세가 됐고 3일 동안 역사 교과서 검정을 했는데 한 교과서에서만 틀린 내용이 338개 나왔다”며 “윤석열 정권은 조상과 민족을 팔아먹는 데까지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