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7월 ‘봉화 농약 사건’과 관련해 숨진 할머니가 피의자였다는 공식 수사 결과를 내놨다. 다만 피의자가 사망한 만큼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경북경찰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살인미수 혐의로 수사를 벌여온 피의자 A씨(85·사망)를 불송치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앞서 초복인 지난 7월15일 오후 1시50분쯤 봉화읍에 있는 경로당에서 커피 등을 마신 주민 4명이 심정지와 의식저하 등의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당시 피해자들의 위세척액에서는 농약 성분이 검출됐는데, 농약 중독 증상이 나타난 피해자 4명 모두 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중 3명은 7월 말 퇴원했지만, 1명은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피해자들이 나눠마신 음료수 병과 종이컵에서 피해자들에게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2종의 농약 성분을 확인했다.
사건 발생 나흘이 지난 7월18일에는 피의자 A씨가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다. A씨의 몸에서도 피해자들에게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농약 성분이 발견됐다. A씨는 치료를 받던 중 지난 7월30일 숨졌다.
A씨만 증상이 늦게 나타난 원인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온 수사팀은 A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던 중 마당과 집 주변에 뿌려진 농약 성분을 확인, 이 중 경로당 음료수병에서 확인된 농약 성분과 유사한 동위원소비를 구성하는 농약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A씨가 범행 전인 지난 7월13일 오후 12시20분쯤부터 6분간 아무도 없는 경로당에 홀로 출입한 것도 확인했다. 경로당에서 나와 주변에서 접촉한 물건에서도 피해자들에게서 나온 성분의 농약이 나왔다.
A씨가 경로당 거실 커피포트에 물을 붓는 장면을 경로당 회원이 목격하기도 했다. 경찰이 해당 커피포트와 싱크대 상판 부분을 감정한 결과 역시 같은 성분의 농약이 검출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등에 비춰볼 때) A씨가 경로당에 아무도 없는 틈 등을 노려 농약 성분을 물에 희석시켜 커피포트에 붓거나 음료수병에 부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숨지면서 직접적인 범행 동기는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경로당 회원 등 관련자 면담 및 조사를 통해 경로당에서 회원 간의 화투 놀이가 상시적으로 있었고, A씨와 다른 회원 간에 갈등과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