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당 주도로 통과시킨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위헌성이 가중됐다”며 재의 요구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특검’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는 30일 “특검법 2건에 대해 헌법 제53조 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야당의 입맛대로 특검이 임명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번 특검법안은 대법원장 추천이라는 제3자 추천의 형식적 외관을 갖췄으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을 가진 야당이 대법원장 추천 후보자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제3자 추천을 형해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야당의 정치적 의도에 들어맞는 정치편향적 인사를 특검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공정성이 심각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특검 자체가 삼권분립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법무부는 최종영 전 대법원장이 2005년 이른바 철도공사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 관련 특검 후보를 추천할 당시 “삼권분립 원칙이나 재판 공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사례 등을 언급하며 “과거에도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게 될 사법부에서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것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특검은 지난 6월 한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처음 언급한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변형해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를 야당이 두 명으로 압축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법안을 발의했는데, 정부가 대법원장 추천 방식 자체를 문제삼으면서 사실상 ‘한동훈표 제3자추천 특검’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법무부는 특검의 수사 기간과 인력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이번에 내놓은 특검의 수사기간은 150일, 수사 인력은 155명으로 역대 최장·최대 규모다. 법무부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기간이 최장 100일, 수사인력이 최대 105명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과잉수사에 따른 인권침해 위험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특검법안은 대통령이 특검 후보자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안에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후보자 중 연장자가 특검으로 임명되도록 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김 여사 특검법 역시 역대 최대·최장의 수사인력과 수사기간으로 과잉수사에 의한 인권침해가 예상되고 국민의 혈세가 과도하게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법무부는 “이번 특검법안들은 재의결을 거쳐 폐기된 기존 법안들보다 위헌성이 더욱더 가중되었을 뿐 아니라 표적수사·별건수사·과잉수사의 우려 및 정치편향적 특검에 의한 실시간 언론브리핑 등을 통해 정치적 여론재판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성도 더욱 커졌다”며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인권보장과 헌법수호 책무 및 위헌적 법률을 방지할 의무에 반한다는 점을 고려해 재의요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