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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지고 눕혀진 그 이름···예술의전당에 남은 전두환 휘호석

오동욱 기자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과 음악당 주차장 사이에 있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휘호석. 오동욱 기자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과 음악당 주차장 사이에 있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휘호석. 오동욱 기자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휘호를 새긴 바위가 전씨 이름만 가려진 채 놓여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예술의전당에서 받은 자료와 경향신문 현장 취재를 종합하면 전씨 휘호석은 예술의전당 내 음악당과 지상 주차장 사이 화단에 존치돼 있다. 전씨 이름이 새겨진 아랫부분은 조경수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내부 의견을 수렴한 결과 휘호석을 보존하되 향후 필요하면 전씨에 대한 법원 판결문 내용 등을 부근에 설치하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文化藝術(문화예술)의 暢達(창달)’이라고 새겨진 전씨 휘호석은 1988년 2월15일 예술의전당에 설치됐다. 이후 반란수괴·살인·뇌물수수죄 등으로 1997년 전씨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근거로 지난 2020년 휘호석 철거 논란이 일었다.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상 대통령 휘호는 행정박물(공공기관에서 생산한 행정·역사·문화·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영구기록물)로 관리된다. 하지만 전직대통령 관련법은 재직 중 탄핵을 당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철거를 주장하는 측은 전씨 휘호석이 행정박물로서 가치를 상실했다고 본다.

예술의전당은 2020년 7월 내부 의견을 수렴해 휘호석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72%)이 존치에 찬성했다. 휘호석이 주 출입구와 떨어져 방문객 시야에서 벗어나 있고, ‘문화예술의 창달’ 문구가 기관 설립 근거에도 부합한다는 취지였다. 다만 직원 과반(61%)은 “인물에 대한 개별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향후 역사적 판결문을 추가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휘호석 주변에 해당 판결문 내용은 게시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휘호석이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후문 주차장 정산소 옆 철쭉 뒤에 세워져 있다. 중앙도서관 측은 휘호석을 바닥을 향해 눕혔다가 다시 세운 후 조경수로 가렸다. 오동욱 기자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휘호석이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후문 주차장 정산소 옆 철쭉 뒤에 세워져 있다. 중앙도서관 측은 휘호석을 바닥을 향해 눕혔다가 다시 세운 후 조경수로 가렸다. 오동욱 기자

전두환 정권은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과 대한민국학술원에도 휘호석을 세웠다. 학술원은 2020년 10월 휘호석을 철거했다. 중앙도서관은 휘호석을 2020년 7월 본관 뒤편 산책길에서 후문 주차정산소 옆으로 옮기면서 휘호가 바닥을 향하도록 눕혔다가 한 달 뒤인 2020년 8월 민원을 받고 휘호석을 다시 세워 철쭉으로 가렸다.

예술의전당 측은 “‘문화예술의 창달’이라는 문구는 전두환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 예술의전당의 창립 취지이기 때문에 이름을 가리고 존치하기로 했고, 판결문 병기는 검토 중”이라며 “향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존치와 철거에 관련된 내부 규정은 따로 없는 상태”라며 “앞서 휘호석을 묻어 해결을 했지만 민원 등으로 다시 세운 뒤 잘 안보이게 해놓은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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