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참여하면 2026년도 증원안부터 논의 가능”
정부가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분석하기 위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를 연내 구성한다. 추계위는 의사, 간호사 등 직종별로 설치하고, 총위원 13명 중 해당 직종 공급자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7명으로 과반수가 되도록 한다. 관건은 의료계의 참여 여부인데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추계위가 의결기구가 아닌 자문기구로서는 기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세부 구성과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의대증원안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계속되자 지난 6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통해 올해 안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를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추계위는 간호사·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의료직종에 따라 나뉜 자문위원회로 구성된다. 우선 1차 연도 추계대상 직종으로 의사, 간호사,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직종별 추계위원은 총 13인이다. 해당 직종 공급자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7인으로, 과반수가 되도록 구성한다. 예를 들어 의사 추계위의 경우 의협,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병협) 등이 전문가 7인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13인 중 나머지 6인은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등 수요자 추천 전문가 3인과 관련 연구기관 추천 전문가 3인으로 구성한다. 추계위에서 적정 의료인력을 추계하면 최종적으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의결을 통해서 내용을 확정한다.
정부는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추계위 위원장 추천을 받기로 했다. 조 장관은 “위원장은 특정 직역에 속하지 않은 연구기관 추천위원 중에서 위촉해 위원회 운영의 안정성·전문성·중립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내에 설치되는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에서 추계위 관련 실무를 맡는다.
관건은 추계위에 의료계가 얼마나 참여하느냐다. 정부는 의개특위를 중심으로 의대 증원 및 상급종합 병원 구조개선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의개특위에는 의협 등 의료계를 대표할 만한 단체들이 빠져있다. 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에도 불참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정부는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논의 구조와 절차를 마련했다”며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논의 기구 구성을 제안드린 만큼 의료계도 적극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추계 기구에서는 2025년도 증원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내년도 의대 증원안도) 과학적 근거 하에서 세계적인 연구논문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내년도 증원안에 대해) 과학저 근거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고, 의대 정원 추계를 시스템화해서 조금 더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에서 추계한 결과가 언제부터 적용될지를 두고서는 “일단 수급 추계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다만 2026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의료계가 수급추계기구에 참여해 합리적인 안을 내어주신다면 충분히 논의를 해서 2026년도 (증원)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추계위가 자문 기구 수준에 그치고, 최종 의결은 보정심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추계에 정부 의도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날 “1509명 그대로 증원이 강행되면 내눈부터 의대교육 파탄은 피할 수 없다”면서 “그렇다면 2026년부턴 유예가 아니라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정부가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대화 조건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