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 10월 기억·애도의 달 선포 “이번에도 힘 보태달라”
2일 특조위에 진상규명 ‘1호 진정’ 제출…독립적 조사 촉구
이태원 참사 2주기를 한 달 앞두고 유가족들이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연대와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월을 기억과 애도의 달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 모인 유가족 40여명은 시민들에게 이태원 참사 2주기를 함께 기억하고 추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정민 유가협 위원장은 “지난 1주기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난해 10월 한 달간 함께해준 시민들의 연대였다”며 “이번 2주기가 있는 10월도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달로 정하고 잘 버티려고 한다. 참사를 기억하고 함께 연대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석운 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는 “이태원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기 위해선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두루뭉술하게 진행돼선 안 된다”며 “참사 진상규명은 우리 시민 모두의 과제라고 생각하고 근본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참사 발생 22개월 만에 출범한 만큼 진상규명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고 김동규군 어머니 안영선씨와 고 이지현씨 어머니 정미라씨는 “왜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도 인파 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는지, 왜 쏟아지는 신고 전화에도 경찰을 배치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제 다 해결된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 대답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것이고, 우리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멀고 험할 것이기에 여전히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2일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을 찾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관련 1호 진정을 제출할 계획이다. 오민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법률지원 TF 단장은 “온전한 추모와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은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 때 가능하다”면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힘으로 구성된 특조위가 검찰·경찰 수사와 재판 기록 등을 충실히 조사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비판하면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의 1심 선고가 열리는 서울서부지법까지 행진하면서 엄벌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책임자를 엄벌하라’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라’ 등의 현수막을 나눠 들고 약 3㎞를 걸었다.
유가협은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10월 한 달간 시민추모 행진을 하고 이태원 참사 임시 기억·소통 공간인 ‘별들의집’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5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유가족과 시민들의 걷기 행사가 열리고, 9일부터 매주 수요일에 시민들과 함께하는 ‘보라리본 공작소’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