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가 30일 비공개로 열렸다. 인권위 운영규칙은 회의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인데 표결을 통해 비공개를 결정하고 비공개로 진행했다. 방청을 신청한 인권단체들은 “의결의 투명성을 해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제17차 전원위원회를 열기 전 안건 2건을 모두 비공개로 논의할 것이라고 사전 공지했다. 안건 중 하나인 ‘2023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고서 발간의 건’은 앞선 4차례 회의에서 모두 공개 논의됐던 것이었다. 인권위원들은 해당 안건 공개 여부를 두고 1시간 가량 논박한 끝에 표결을 거쳐 회의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복수의 인권위 관계자에 따르면 표결에서 위원 4명이 ‘공개’, 6명이 ‘비공개’ 의견을 나타냈다.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위원들은 해당 안건이 공개 심의가 원칙인 ‘정책 안건’이고, 비공개 결정이 인권위를 향한 시민·인권단체와 언론의 감시, 여론 형성을 제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인의 사생활이 드러날 소지가 있는 진정·직권조사 사건은 비공개 진행이 맞지만 이 안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반면 회의 비공개를 주장한 위원들은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고, 공개석상에서 편안한 토론이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위원은 인권위 회의가 공개적으로 진행되면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비공개에도 토론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위원 다수가 이미 비공개를 선택했으므로 자신은 표결에서 기권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들은 반발했다. 인권보고서 자문회의에 참석해온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보고서의 처리를 지켜보기 위해 방청을 신청한 것”이라며 “그간 공개되던 안건이 비공개로 전환됐다는 소식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인권위 노동조합은 “안건은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면서 위원들의 입장을 묻는 질의서 형식의 성명을 냈다. 노조는 “공개 안건으로 공지되어야 할 인권보고서 발간의 건이 비공개로 변경되어 공지된 점을 우려한다”며 “비공개 사유가 없음에도 공개로 논의되던 안건을 비공개로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하는 처분성이 있는 결정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했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커튼 뒤에서 인권 증진과 거리가 먼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시민의 감시를 받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투명하게 바라보는 아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전원위가 열리기 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가 원칙인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라며 안 위원장의 회의 비공개 결정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