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2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1호 진정’을 접수했다. 첫번째 ‘진상규명 조사신청서’에는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행정안전부·소방 등 관계기관은 무엇을 했고, 희생자 159명은 어떤 과정을 거쳐 가족들에게 인계됐는지 등 진실을 밝혀달라는 민원이 담겼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 2주기를 앞두고서야 ‘첫 진정’을 접수하게 된 데 대한 아쉬움과 함께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할 시점에 조사를 시작하게 돼 씁쓸하다”며 “제대로 된 조사로 유가족들이 참사 초기부터 제시했던 의혹을 해소할 수만 있다면 아팠던 기억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1호 진상규명 조사신청서’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은 어떻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는가’ ‘2022년 핼러윈데이 인파 밀집을 관계기관은 어떻게 예견하고 무엇을 대비했는가’ ‘참사 현장에서는 누가 무엇을 했나’ ‘경찰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등 9가지 조사 과제를 열거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간접적인 원인을 묻는 질문도 포함됐다.
유가족은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참사의 구체적인 원인이 규명되지 못했다고 본다. 이들은 “사회적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직접적인 원인과 책임자들의 과실을 포함해 구조적 원인과 조직적 관행, 제도 등 총체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이 돼야 할 것”이라고 특조위에 당부했다.
유가족은 법원이 지난달 30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형,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것을 보고 특조위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참사 초기에는 억울한 마음을 호소할 데가 없었다”며 “재판 결과에 좌절했지만 특조위가 있는 게 큰 위안”이라고 했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이 직접 유가족으로부터 신청서를 받았다. 송 위원장은 신청서 접수 뒤 유가족과 면담하면서 “최선을 다해 조사해 피해자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진상규명하겠다”며 “앞으로 대한민국 안전관리시스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유가족이 받은 접수증명원에는 접수번호란에 ‘1’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1호 진정에 담기지 않은 각각의 의혹에 대해서도 이후 조사 신청서를 준비해 제출할 것”이라며 “이 진정을 필두로 생존자와 구조자들이 가진 의혹에 대한 개별 진정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 이태원 참사로 신체·정신·경제적 피해를 본 사람, 자신의 직무가 아님에도 긴급구조·수습에 참여한 사람,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근로활동을 하고 있던 사람 등은 내년 6월30일까지 특조위에 진상규명 조사 신청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