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 상병과 동기인 해병 1292기의 전역 날인 9월2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이 무색하게 햇빛은 여름처럼 따가웠다. 고개를 숙이고 길을 따라 올라가자 장병 4 묘역이 나왔다.
채 상병의 묘비는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묘비에는 채 상병의 대대장이었던 이용민 중령이 가져온 각 잡힌 전역모가 올려져 있었다. 모자에는 “불곰 전우 ○○아! 대대장이 늘 함께할게”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묘비 옆에 선 이 중령은 취재진에게 “부대 성패에 책임을 지는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해병대 전우를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채 상병 묘소에는 입대 동기, 예비역 연대 회원,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전역일을 하루 앞둔 25일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누리집에 ‘그립고 보고 싶은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올렸다. 어머니는 “입대하던 날 포항 시내 거리마다 온통 벚꽃이 만개해 너무나 예뻐서 몇 번이나 아들과 환호성을 지르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며 “1292기수 1012명 중 아들만 엄마 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되어 목이 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