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미적…보존기한 지난 통신기록 사라질 판
시민단체 “의혹 당사자 안 부르고 공익제보자만 조사”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가족·지인에게 민원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두고 시민단체가 류 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추가로 고발했다. 시민단체는 “경찰이 의혹의 주인공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서 의혹을 폭로한 공익신고자에 대해서만 고강도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와 호루라기재단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 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민원사주 의혹으로 이미 지난 1월 두 차례 고발됐다.
지난해 말 방심위 공익신고자들은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와 이를 인용한 보도들에 대해 방심위에 무더기로 민원을 넣은 점을 확인해 류 위원장이 민원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5일 류 위원장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민주언론시민연합도 같은 달 17일 류 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사건이 서울 양천경찰서로 넘겨졌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피고발인인 류 위원장에 대해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공익신고자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을 적극적으로 신고했지만 권익위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사실관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양천서에서 수사 중인 사건도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인데, 반부패 수사를 총괄하는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이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다시 형사고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류 위원장이 자신의 지위나 위계를 이용해 방심위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심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4조는 방심위원이 심의 사안의 당사자와 친족 관계에 있는 경우 직무 집행에서 제척하도록 규정한다. 이들은 류 위원장이 자신의 가족·지인들을 시켜 민원을 내게 해 방심위 위원들을 오인하도록 하고 자신을 제척하지 않은 채 신속심의 안건으로 상정·의결해 심의의 공정성·공공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 수사가 계속 지연되면서 관련 증거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류 위원장이 민원을 사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인 지난해 9월4일 전후 민원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시간이 흘러 통신기록이 자동 삭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은선 변호사는 “통신기록 보존기한 1년이 지나도록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이번 고발로 관련 증거를 보존하거나 당사자를 조사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익신고자 신분을 공개한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은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과 경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하기 위해 서울경찰청을 방문한 것이 올해 세 번째”라면서 “법이 시민의 편에서 정의롭게 집행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