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으면 못사는데, 집 때문에 못 살겠다”…취약계층 주거권 보장 요구 외침들

이예슬 기자
시민들이 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2024년 주거권 행진’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예슬 기자 사진 크게보기

시민들이 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2024년 주거권 행진’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예슬 기자

이주노동자·청소년·쪽방 주민과 전세사기 피해자 등 주거 취약계층 시민들이 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 모였다. 오는 7일 ‘세계 주거의 날’을 앞두고 정부에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주거 정책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주거권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와 시민 100여명은 ‘집은 인권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집다운 집을’ 등의 문구가 적힌 풍선을 들고 홍대 거리를 행진했다.

행진에 앞서 열린 집회에서는 청소년·장애인 등 주거권이 있는 주체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청소년주거네트워크 온’에 속한 거나(활동명)는 “부모 학대에서 벗어나려 열심히 일해 집 구할 돈을 마련했지만 부동산 중개인과 임대인은 ‘부모 동의가 없으면 계약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며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가는 청소년이 시민으로 안전하게 살기 위한 주거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는 “시설에서 나올 때 어떻게 하면 나가서 잘 살 수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안정된 집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같이 나와 살자고 말하기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주거 취약층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대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재설 동자동 사랑방 교육이사는 “2021년 2월 정부는 쪽방 주민들에게 임시 거주지를 제공해 재정착을 돕는 ‘선이주 선순환식’ 개발을 하겠다고 했지만, 첫 단계인 공공주택 지구 지정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채 3년이 지나도록 사업은 멈춰있다”며 “공공주택사업을 기다리던 주민 중 쪽방에서 생을 마감한 주민은 100명이 넘어간다”고 했다.

이주노동자·청소년·쪽방 주민·전세사기 피해자 등 시민 100여명이 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2024년 주거권 행진’을 하고 있다. 이예슬 기자 사진 크게보기

이주노동자·청소년·쪽방 주민·전세사기 피해자 등 시민 100여명이 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2024년 주거권 행진’을 하고 있다. 이예슬 기자

우다야라이 이주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가건물·비닐하우스에 살면서 침수·화재·추위로 생명을 위협받지만 정부는 여전히 임시·불법 가건물을 건축물대장에 올리면 숙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결의문에서 “한국에서 지난 5년간 집부자 30명이 주택 8000채를 구입하는 동안 쪽방·고시원 등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사는 주거빈곤층은 180만명에 달했고,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5%에 불과하다”며 “이윤만을 위한 개발과 퇴거에 반대한다”고 했다.

세계 주거의 날은 매년 10월 첫째 주 월요일로 1986년 유엔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향한 관심을 높이고 주거가 기본적인 권리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제정했다. 세계 주거의 날인 7일에는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이사 가는 날’ 문화제가 열린다. 문화제는 동자동 공공임대주택 사업 추진을 기다리는 쪽방 주민들이 이삿날을 상상하며 집들이를 한다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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