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있는 증인 ‘영상 신문’ 위법 된 이유

유선희 기자

피의자·재판부 동의했지만

증인선서 등 절차 안 지켜져

대법 “증거조사 오류” 판단

해외 체류 중인 증인이 법정 출석이 어려워 영상 증인신문이 이뤄지더라도 증인선서 등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서울의 한 대학교 교수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학생들 명의를 빌려 허위로 조교 2명을 등록해 장학금 742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학생들의 법정 진술이 있었는데, 핵심 증인 B씨가 해외로 출국하면서 증인신문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B씨 명의의 장학금 신청 사기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범행은 일부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에서 검찰은 B씨에 대해 영상으로라도 증인신문을 하겠다고 요청했고 A씨 측도 동의했다.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여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한 영상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2심 재판부는 영상 증인신문 당시 녹음한 파일과 녹취록을 증거로 A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1심보다 높은 형량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하거나 증거조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B씨에게 위증의 벌을 경고하고 선서하게 하거나 증언거부권을 고지하는 등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위법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은 증인으로서 부담해야 할 각종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채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증거조사를 한 다음 진술의 형식적 변형(녹취 파일 등)에 해당하는 증거를 검사로부터 제출받는 우회적인 방식을 취했다”며 “A씨와 변호인이 동의했어도 이와 같은 원심 조치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증거방법(증인)에 대한 적법한 증거조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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