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작품이 하나라도 실린 책은 다 나간 거 보셨어요?”. “정말 한 권도 없는 거예요?”. “서점도 지금 난리가 나서 책 더 주문할 수 있으려나요?”.
11일 오전 서울 은평구의 구립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는 도서관 직원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들뜬 대화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전날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의 각 지역 도서관에도 그의 책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도서관 직원들도 “바쁘지만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한 작가의 수상 소식에 기뻐했다.
이날 시민들은 오전부터 한 작가의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한 시민은 도서관 직원에게 “<채식주의자>는 정말 한 권도 없는거예요?”라고 물었다. 도서관 PC로 한 작가의 책을 검색하던 다른 시민들도 한 작가가 쓴 책 전권이 대출 중인 것으로 뜨자 다른 도서관·북카페 등을 찾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채식주의자>를 빌리려고 도서관을 찾은 정숙희씨(64)도 “이미 예약까지 다 차서 빌리지 못했다”며 “지금 다른 도서관에는 책이 없는지 검색해 보려던 참이었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에서 보유 중인 한 작가의 책 28권은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발표된 전날 이미 전권이 ‘대출 완료’ 됐다. 도서관 직원들은 책을 찾는 시민들에게 “어제 저녁 9시쯤 이미 전권이 다 나갔어요” “지금 은평구 내 다른 도서관들도 모두 대여 중이라 기다리셔야 해요”라고 연신 미안해했다. 최지희 구산동 도서관마을 팀장은 “평소 저녁 시간에는 대여하러 오는 사람들이 적은데 어제는 저녁까지 한 작가의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현재 지하철역 무인도서 예약 대출도 한 작가의 작품은 예약이 다 완료된 상태”라고 했다.
시민들은 책을 빌리지 못하고 돌아가면서도 “아쉬움보다 한 작가의 수상에 기쁜 마음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빌리러 도서관을 찾은 김창준씨(26)는 “한 작가를 잘 알지 못했는데 어제 수상 소식을 듣고 시집을 찾아보고 출판사 유튜브 채널에서 한 작가를 소개한 콘텐츠도 찾아보면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기회에 좋은 책들을 많이 알게 돼 기쁘다”며 “e북을 구매하거나 북카페에서 책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직원들도 한 작가의 책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에 화답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최 팀장은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한 작가 큐레이션 전시를 준비 중인데 책이 모두 품절이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사서 선생님들도 모두 수상 소식에 기뻐하면서 ‘개인적으로 소장한 책이라도 시민들이 볼 수 있게 도서관에 배치하자’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서점들도 이날 한 작가 책을 찾는 이들로 붐볐다. 대형 서점에는 한 작가 책을 모아둔 매대들이 설치됐고, 책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의 ‘오픈 런(개점 질주)’도 이어졌다. 대형 서점의 온라인 구매사이트는 수상 소식 이후 주문이 폭주하면서 사이트가 마비되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