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끌자 너도나도···예능·드라마에서 무슨 냄새 안 나요?

이혜인 기자
‘술방’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청률 상위권 예능 프로그램에 음주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술방’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청률 상위권 예능 프로그램에 음주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술을 마시면서 대화하는 ‘술방’ 예능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시청률 상위권 TV 예능 프로그램 10개 중 9개에서는 음주 장면이 등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받은 ‘TV 방송에서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시청률 상위인 556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중 488개(88%)에서 음주 장면이 등장했다. 편수 기준으로는 총 1만1587편 중 6558편(56.6%)에서 1만2018번의 음주 장면이 나왔다.

개발원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의 음주장면 묘사 모니터링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2021~2023) 넷플릭스·티빙·웨이브 등의 플랫폼에 올라간 콘텐츠 100편 중 82편(82%)에서 음주장면이 묘사됐다. 음주장면의 수는 총 338번으로, 1편당 3.4회 비율로 음주 장면이 나왔다. 2021년 OTT 플랫폼 T사의 연애 프로그램 중 한 회차에서는 출연자들이 직접 술을 마신 횟수가 총 58번으로, 한 회 전체 분량의 35%가 음주장면으로 채워졌다.

최근 5년간 TV 드라마, 예능 음주장면 모니터링 현황.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자료

최근 5년간 TV 드라마, 예능 음주장면 모니터링 현황.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자료

개발원의 유튜브 음주 장면 모니터링 현황을 보면, 지난해 유튜브에서 ‘술방’ ‘음주방송’ 등의 키워드로 검색 시 나오는 조회수 상위 100개 콘텐츠에서 모두 ‘문제음주장면’이 묘사됐다. 음주방송이지만 연령 제한 설정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문제음주장면’은 술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 음주 중 해로운 행동을 하는 장면이나 대사, 미성년자의 음주조장을 하는 장면과 대사 등을 말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에 따르면 방송은 음주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제45조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음주하는 장면을 묘사해서는 안 되며, 잘못된 음주 문화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 장면을 모두 심의만으로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개발원이 최근 5년간 텔레비전 드라마와 예능의 음주 장면 중 ‘문제음주장면’으로 적발한 건수는 총 86건이었다. 이중 대부분인 76건이 ‘문제없음’으로 종결됐다.

남인순 의원은 “텔레비전 드라마와 예능, OTT, 유튜브 등 모든 매체에서 음주 장면이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미디어 콘텐츠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 연구들을 통해 입증되고 있는 만큼, 미디어가 우리 사회의 절주 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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