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았던 아버지가 74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두세살배기 딸과 아들을 두고 전쟁터로 향한 아버지였다. 고 임진원 경사의 딸 임정순씨는 “지금이라도 아버지 유해를 찾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1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경찰이자 전사자인 임 경사의 유해 안장식을 거행했다.
고인의 유해는 2000년 국방부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경북 칠곡 유학산 일대에서 발견됐다. 그로부터 24년이 흐른 최근 유해의 신원이 임 경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의 DNA 시료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이 사실이 밝혀졌다.
고인이 행방불명 된 이후 전북 김제 출신인 그의 사망 경위는 ‘전북 지역을 점령한 북한군에 의한 사망’으로 기록됐었다. 하지만 이번 유해 확인을 통해 사망 경위가 ‘경북 칠곡 다부동 전투 참가’로 정정됐다. 유학산 일대는 대구 점령을 방어하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치러진 주요 고지 중 하나다. 약 한 달 여간의 ‘다부동 전투’는 대구가 점령되지 않도록 방어선을 확보한 전투라고 평가된다.
임 경사의 유해는 유가족의 의사에 따라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경찰묘역에 안장됐다. 유가족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현이 봉송됐다. 사진이 없는 임 경사의 영정은 비어있었다. 경찰은 임 경사에 대해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유가족은 “머나먼 타향 땅에 묻혀 계시던 아버지를 이제라도 모실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임 경사는 3· 1운동 민족대표 48인 중 한 명인 독립운동가 임규 선생의 조카이자, ‘백마고지 전투의 영웅’으로 알려진 고 임익순 대령의 당숙이기도 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6·25 전쟁 당시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다가 산화한 전사 경찰관들을 빠짐 없이 찾아내고, 유해발굴 사업과 현충시설 정비 사업 등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