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조한 실적을 이유로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 시기를 연기하고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8.9% 감액했다. 시범사업 3년차인 올해도 20%대 낮은 사업 집행률을 보이고 있는데다, 사업 토대가 될 ‘자립지원 모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본사업 시행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 올해 집행률 26.3%에 그쳐
2022년부터 시행 중인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은 탈시설 장애인이 지역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당초 탈시설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에서 아름을 바꿨다. 예산은 자립지원 전담인력 인건비,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보조기기 구매, 주거환경개선 등에 사용된다.
2021년 8월 정부가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보면,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은 2025년 본사업으로 전환한 뒤 연간 450~740명에 대한 자립을 지원하고 2041년 거주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로드맵과 달리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은 시행 이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낸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을 보면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의 연도별 실집행률은 시행 첫 해인 2022년 35.1%, 2023년 38.5%, 올해(7월말 기준) 26.3%에 그쳤다. 본사업 전환을 위해 추진한 예비타당성조사도 저조한 실집행률을 이유로 통과하지 못했다.
사업 참여 저조…본사업 활용할 지원모형 설계 실패
사업 참여자 수도 저조하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2022~2024년 매년 200명씩 자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실제 참여자는 2022년 29명, 2023년 73명, 2024년(8월말 기준) 69명에 불과했다.
탈시설 장애인에게 필요한 자립지원 모형도 마련하지 못했다. 당초 복지부는 2022년 시범사업 모형 마련을 위한 연구를 하고, 2023~2024년에 자립지원 모형을 적용·검증한 뒤 2024~2025년에는 자립지원 모형을 만들어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 부진이 거듭되면서 아직까지 적합한 지원 모형을 찾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내년 사업예산을 올해보다 5억3400만원(8.9%) 줄어든 54억4800만원으로 편성했다.
복지부는 사업 부진 이유에 대해 “시설 이용 장애인 수 감소에 따라 지원 축소를 우려한 시설에서 시설 장애인에 대한 조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장애인 보호자도 장애인의 자립 이후 장애인에 대한 돌봄 부담이 보호자에게 발생한다는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정부는 사업 참여자 수 확대를 위해 시설 입소 가능성이 높은 재가 장애인을 발굴하고 전담인력 처우를 개선하는 등 사업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시설 운영 종료 전제로 한 탈시설 플랜 필요”
그러나 현장에서 내린 진단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저조한 참여율은 장애인이 자립 이후 살아갈 만한 충분한 돌봄 수준을 제공하지 못하는 부실한 제도 설계에 있다고 본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시설의 탈시설 비협조나 보호자의 우려는 탈시설을 진행하는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문제는 정부가 시설 운영 종료를 전제로 한 명확한 탈시설 전환 운영 계획이 없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국회 예정처는 보고서에서 “재가 장애인을 추가 발굴해 사업 대상자를 확대하더라도 결국 장애인이 보호자의 추가 돌봄 없이 자립할 수 있는 정도의 충분한 돌봄수준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자립했던 장애인들이 돌봄 부족 문제로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등 사업의 문제점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