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성만 전 무소속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의원 측은 돈봉투 사건의 단초가 된 ‘이정근 녹음파일’이 위법하게 수집됐으므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6일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원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 전 의원은 2021년 3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거 자금으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100만원,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 등에게 1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월 윤관석 당시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받은 혐의도 있다. 앞서 1심은 이 전 의원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이 전 의원 측은 돈봉투 사건이 알려지게 된 ‘이정근 녹음파일’의 증거 적법성을 재차 문제 삼았다. 이 녹음파일은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 등을 수사하던 중 이 전 부총장이 검찰에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것이다. 여기에는 이 전 부총장이 당시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의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돈봉투에 대해 대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이 사건의 단초가 됐다.
이 전 의원 측 변호인은 “이 전 부총장이 (녹음파일을) 임의제출할 당시 이 전 부총장이 조사받고 있던 것은 알선수재와 관련된 것이지, 이번 사건 (압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녹음파일은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하던 중 확보한 것이므로 이를 돈봉투 사건의 증거로 활용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앞서 1심은 “이 전 부총장이 임의제출 당시 전자정보를 다른 사건의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며 녹음파일의 위법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이 전 의원 측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대해서는 사후 피고인이 증거 사용에 동의했더라도 위법성은 그대로다’라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근거로 들며 1심 판결 내용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녹음파일이 위법하다면) 유일한 증거는 이 전 부총장이 한 이야기인데 이 전 부총장의 진술은 추측성 진술에 불과하다”며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선거자금 1100만원을 건넨 혐의에 대해서는 “단순 전달자”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 측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형이 확정되면 정치 생명이 끝나는 형량인데 그 정도로 중한 것인지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에 녹음파일의 증거 적법성에 대해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이 전 부총장이 낸 파일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서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어떤 법리가 있는지 궁금하다”며 임의제출 당시 작성한 압수조서 등을 다음 기일까지 제출하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이날 공판은 돈봉투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전·현직 의원들의 항소심 공판 중 가장 먼저 진행됐다. 오는 28일에는 돈봉투 사건에 함께 연루된 윤 전 의원과 허종식·임종성 전 의원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