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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 🔥 프랑스를 불태운 '레 미제라블'

2023.07.06

6분

프랑스 이민자 이주민 난민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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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래에 보낸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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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7.06. 목요일

독자님, 큰비가 내렸는데 별 탈 없이 지내시는지요? 저는 이번 주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입니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지점을 건드린 기사를 좋아해요.

"프랑스 월드컵팀, 유럽 반이민 정서에 일침 가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한 날 경향신문이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당시 프랑스 대표팀은 선수 23명 중 17명이 아프리카계·아랍계여서 월드컵 내내 주목받았어요. 월드컵 기간 4골을 넣은 스트라이커 킬리안 음바페 역시 카메룬과 알제리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프랑스 공격수 앙투안 그리에즈만은 우승 비결을 두고 '문화적 다양성'을 꼽으며 "이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프랑스"라고 했어요.

꼭 5년 뒤인 지금, 우리는 정반대의 프랑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나엘'이라고 알려진 아프리카계 청소년이 경찰 총격에 사망한 이후, 자동차 5900여대가 불타고 건물 1100채가 피해를 보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어요. 경찰이 체포한 시위 가담자만 3490명에 이릅니다. 다양성을 자랑했던 프랑스 축구 대표팀은 폭력적인 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어요.

프랑스 정부는 시위가 잦아드는 중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촉발된 사태라고 볼 수 없다고 해요. 정원식 기자가 왜 아프리카계·아랍계 이민자 거주지를 중심으로 격한 시위가 일어났는지 살펴봤습니다. 기사는 3분 분량이에요.

☑️ 아프리카계 청소년이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한 이후 일어난 격렬한 시위는 잠시 잦아들었지만,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된 차별과 경찰 폭력은 그대로다.

☑️ 흑인 청년이 경찰 불심검문을 받을 확률이 다른 인종보다 20배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고, 경찰이 아프리카계·아랍계에 과잉 대응을 한다는 불만이 크다.

☑️ 이민자의 다양한 배경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정책도 문제다. 무슬림의 히잡 착용을 금지한 게 대표적으로, 무슬림은 이를 탄압으로 받아들인다.

프랑스 '분노의 뇌관' 폭발했다

2023.07.03. 정원식 기자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이 전복된 차량 옆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엘'로 알려진 북아프리카계 10대 프랑스 청소년이 교통 단속을 피하려다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이 격렬한 시위에 휩싸이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공기관과 상점을 습격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한 시위를 벌이는 배경에는 아프리카계·아랍계에 대한 오랜 차별과 고질적인 경찰 폭력이 자리 잡고 있다.

3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밤부터 시작해 5일째 이어졌던 폭력 시위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에는 크게 잦아들었다. dpa통신은 “리옹시 등 일부 지역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접근하는 극우 활동가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가스를 쏘긴 했으나 3일 새벽까지 큰 충돌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이 진압 병력을 4만5000여명으로 늘린 데다 나엘의 할머니가 2일 시위대를 향해 폭력 중단을 호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언제 또다시 폭력 시위의 불길이 타오를지 예단할 수 없다.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된 방리유(대도시 외곽 지역) 거주 아프리카계·아랍계 주민들에 대한 차별과 경찰 폭력의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엘이 사망한 낭테르 역시 파리 교외 방리유에 속한다.

2005년 파리 방리유에서 경찰에 쫓기던 10대 청소년 2명이 변전소 담장을 넘다 감전사하는 사건으로 3주 동안 격렬한 폭력 시위가 벌어진 후 프랑스는 방리유 개발과 아프리카계·아랍계에 대한 차별 시정을 약속한 바 있다. 실제 최근 15년여 동안 교통 인프라 개선 등 방리유 개발에 약 500억유로(71조원)가 투입됐다고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뉴연구소는 밝혔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이 치러질 경기장 대부분도 파리 북쪽의 대표적 방리유인 생드니에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계·아랍계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처지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05년 폭동의 진원지인 파리 북동쪽 클리시수부아의 빈곤율은 현재도 전국 평균보다 3배가량 높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아랍계 또는 흑인 청년들은 다른 인종에 비해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을 가능성이 2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몽테뉴연구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방리유 거주민들은 다른 지역 주민들보다 실업자가 될 가능성도 3배 더 높았다.

아프리카계·아랍계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대응도 달라지지 않았다. 2016년 아다마 트라오레(당시 24세)가 경찰의 불심검문으로 체포돼 연행되던 중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경찰들이 연행 과정에서 체중을 실어 트라오레의 몸을 짓누른 것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 2020년 1월에도 배달 노동자 세드릭 슈비아(42)가 파리 에펠탑 근처에서 교통 단속을 하던 경찰에게 목이 눌려 질식사했다. 슈비아는 일곱 차례나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으나 가해 경찰은 팔을 풀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경찰을 발견하고 작업실로 들어간 음악 프로듀서 미셸 제클레르(41)를 경찰관 3명이 작업실에 따라 들어가 10여분 동안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작업실에 최루탄까지 던졌다.

낭테르에 사는 한 20대 청년은 2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우리는 똑같은 일을 겪는다. 경찰이 우리를 멈춰 세우면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고 안에서 뭔가가 맺힌다”면서 “어느 시점에서는 그 분노를 표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정교분리에 기반한 공화주의 이념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민자들과의 공존 대신 이민자들을 프랑스 사회에 통합시키는 정책을 추구해온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프랑스는 통합을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지만 무슬림 주민들은 이를 무슬림 탄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는 “분노는 궁극적으로 ‘자유, 평등, 박애’라는 민주주의의 이상, 즉 공화국이 상징하는 모든 것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방리유의 소외된 인구 상당수가 이 같은 이상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거나 단순히 거짓말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레 미제라블>(2019)이란 프랑스 영화(빅토르 위고 원작을 바탕으로 한 것과는 다른 영화입니다)를 보셨나요? 이 영화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 대표팀이 우승하자 환희로 가득찬 파리 시내(아래 사진·AFP연합뉴스)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요.

영광의 순간은 잠시, 화면은 이내 파리 교외의 몽페르메유로 옮겨갑니다.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죠. 이곳에서 일하는 경찰인 주인공 무리는 일상적인 순찰 활동 중에도 상당히 과장돼 보이는 폭력적 언행으로 자신을 무장합니다. 이래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론입니다. 영화는 이 경찰들이 10대 용의자에게 고무탄을 쏘면서, 몽페르메유가 걷잡을 수 없는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과정을 그립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프랑스가 월드컵에서 과시한 다양성이란 딱 그때뿐이었다는 거예요. 영화가 묘사하는 교외 이민자 거주지는 '펑'하고 터질 순간만을 기다리듯 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곳입니다. 영화는 가벼운 고무탄 한 발로도 이민자들의 분노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결국 현실이 되었어요.

이민자들이 다시 쓰는 '레 미제라블'. 장차 프랑스만의 일은 아니게 될 가능성이 커 보여요. 2022년 5월 기준 국내 상주(3개월 이상) 외국인은 130만명입니다. 인구의 13%(855만명)가 이민자인 프랑스에 비해선 아주 적은 수준이지만,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민 확대'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어요. 프랑스 역시 노동력 부족과 출생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자를 받아들였던 나라입니다.

이민자가 실제 대거 유입되기 시작하면 적잖은 갈등을 겪게 될 거예요. 프랑스는 무슬림에게 히잡 착용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로 오랫동안 논쟁했지만, 한국은 그런 논쟁을 시작한 적조차 없죠. 하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에서 보듯, 우리는 벌써 이민자를 문제 해결의 '도구'로만 상정할 뿐, 그들의 권리와 문화에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아래 [더 보기] 참고해 주세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5명 중 1명(19.7%)은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있고, 주된 차별 원인은 '출신 국가(58.0%)'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오늘의 프랑스 사태는 우리의 미래에 보내는 경고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민자로 인구 늘리는 캐나다

캐나다 인구는 지난 6월 기준 4000만명. 20년 후엔 500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적극적이면서 정교한 이민 정책을 펴 1년에 이민자가 50만명씩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캐나다 토론토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캐나다의 이민 정책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차별 전제한 한국의 이민 정책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은 어딘가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저비용만 이야기할 뿐, 그들의 권리는 일절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죠. 심지어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 법안도 나왔습니다. '하인'을 거느리고자 한다면 프랑스가 그저 남의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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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의 이야기

📬 "자말 카슈끄지는 터키에서 살해당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디나에서 태어난 사우디의 언론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 "어제 보내드린 점선면 <엑스포 개최는 남는 장사일까?>에서 자말 카슈끄지를 ‘터키 언론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한 구독자님께서 재빨리 오류를 정정해주셨어요.

자말 카슈끄지는 튀르키예가 아닌 사우디 출신의 언론인이며, 카슈끄지가 감금당한 장소는 ‘대사관’이 아닌 ‘영사관’입니다. 틀린 부분을 알려주신 구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정확하게 쓰겠습니다."

📬 “저는 부산시민이지만 세계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쓰는데 부정적입니다. 유치한 후 얻는 이득보다 유치하기 위해, 그리고 엑스포가 끝난 후 생겨날 지출이 더 클 것 같기 때문입니다.” (뽀짝 님)

"점점 높아져가는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명확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막연하게 ‘하면 좋지~’ 라고 생각했는데, 내부적으로도 준비가 덜 되어있는데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엑스포 개최에 힘쓰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겼네요."(사골 님)

📝 "점선면 '엑스포' 편을 읽고 여러 독자님들께서 2030 세계올림픽 유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앞으로의 진행 과정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부분이 있는지 계속 살피고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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