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게 놀 권리를 허하라 독자님, 오늘도 점선면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는 이번주 큐레이션을 맡은 허남설 기자입니다. 애매한 지점을 톡 건드린 기사를 열심히 읽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여전히 거리에 있습니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시설 확충을 요구하며 혜화역 등 지하철역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어요. 지하철 탑승 시위는 일단 멈췄습니다. 대신 역 안에서 홍보물을 배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어떤 형태의 시위든 아예 봉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전동차 탑승 시위를 막더니 최근엔 승강장 기자회견을 제지했습니다. 오늘(13일)은 대합실에서 시위하던 전장연 활동가를 체포했네요. 전동차, 승강장, 대합실… 결국 지하철역에는 발도 못 붙이게 하려는 듯합니다. 출근도 이동, 데이트도 이동, 장보기도 이동, 이동, 이동 이동… 모두 어디론가 이동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인데, 어째 '이동권' 얘기에는 이토록 인색할까요? 오늘은 비록 변화가 더딜지는 몰라도, 그 물꼬가 아주 꽉 막히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기사를 가져왔어요. 기사의 주인공은 어느 시각장애인인데, 그 배경에는 구체적인 현실을 꼼꼼하게 살핀 법조인들이 있었습니다. 4분 동안 함께 기사 읽고 대화 이어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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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형씨는 친구들과 함께 2015년 5월 경기 용인의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가 '티익스프레스' 등 기구 탑승을 거부당했다. ☑️ 법원은 지난 11월 에버랜드가 김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고, 시각장애인 탑승을 제한한 안전가이드북을 수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 에버랜드는 시설 점검과 내부 규정 검토를 거친 후 내년 1월 김씨 등 시각장애인을 초청해 기구에 탑승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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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놀이기구 타기까지, 3142일이 걸렸다 2023.12.11. 이홍근·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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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테마파크 에버랜드 내 놀이기구 '허리케인'에 탑승한 시각장애인 김준형씨.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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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 비닐이 안 벗겨져 있네요. 새 차인가 봐요?" 부축을 받고 차에 올라선 김준형씨(31)는 차 곳곳을 손으로 더듬었다. 자리를 고쳐 앉은 뒤, 김씨는 휴대전화를 열어 에버랜드로 가는 지도를 펼쳤다. 화면을 툭툭 치자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남은 거리를 안내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착까지 49km. 차로 1시간40분이면 갈 거리지만, 김씨가 이곳에 가기까지는 3142일이 걸렸다. 8년6개월 전 에버랜드는 김씨의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했다. 1급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였다. 어릴 적 몇 번이나 탔던 놀이기구인 데다 위험한 일도 없었다고 설득했지만 에버랜드는 듣지 않았다. 김씨는 2015년 "부당한 차별"이라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달 김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에버랜드로 향하는 내내 김씨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개선장군처럼 돌아가는 거죠. 8년 걸렸으니까 8번씩 탈까요?" 세계 장애인의 날이던 지난 3일, 김씨가 다시 찾은 에버랜드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김씨는 어떤 동선으로 기구를 탈지 꼼꼼히 계획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에버랜드 놀이기구 타는 순서'를 검색한 뒤,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블로그 후기를 들었다. "스카이웨이로 이동해서 렛츠 트위스트, 롤링 익스트레인, 허리케인…"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졌다. 8년간 방문하지 않았는데도 어떤 놀이기구가 재미있고, 어떤 놀이기구가 무서웠는지 기억이 생생했다. 김씨는 이날 함께한 여자친구 김모씨에게 들뜬 목소리로 각 놀이기구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동을 위해 탄 리프트 '스카이웨이'가 김씨의 첫 번째 놀이기구였다. 김씨는 안전바를 꽉 잡고는 "여기가 몇 층 정도 되는 높이냐"고 물었다. 정확한 높이를 알 수 없지만, 지상과 다른 차가운 공기가 까마득한 발아래를 짐작게 했다. "무섭다. 내가 이러려고 소송했나 싶다." 김씨의 두 손은 땀에 젖어 축축했지만, 그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가 있었다. '렛츠 트위스트' 앞에 선 김씨의 얼굴은 한층 더 상기됐다. 공중에 매달린 사람들이 빙글빙글 돌 때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렸다. 앞선 이들의 비명이 잦아들자 김씨의 차례가 왔다. 김씨는 머리 위 안전바를 내린 뒤, 안전바 바깥의 은색 손잡이를 가볍게 잡았다. "이게 제일 안 무서운 것"이라는 김씨는 기구가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도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웅크리지 않았다. 탑승을 마친 김씨는 "고생한 보람이 있다. 역시 재밌다"고 뿌듯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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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씨가 에버랜드 안내 직원에게 탑승권을 보여주고 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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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 트위스트는 8년 전 에버랜드가 김씨의 탑승을 거부했던 7개 놀이기구 중 하나다. 2015년 5월15일 에버랜드를 찾은 김씨는 친구들과 놀이기구를 타려 했으나 내부 규정 등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가 타지 못한 놀이기구는 티익스프레스, 더블락스핀, 롤링익스트레인, 렛츠트위스트, 챔피언쉽로데오, 허리케인, 범퍼카였다. 한 달 뒤 김씨와 친구들은 에버랜드 운영사인 삼성물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놀이기구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2016년 에버랜드를 직접 방문해 현장을 검증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탑승하고, 비상대피로를 이용했다. 현장을 본 재판부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에버랜드가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신체적 시각적으로 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안전가이드북을 수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에버랜드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달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에버랜드가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고, 안전가이드북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탑승을 제한하지 않는 놀이공원이 해외에 다수 존재하고, 시각장애인이 놀이기구를 탑승해 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에버랜드가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8년 만에 에버랜드를 다시 찾은 지난 3일, 재판은 끝났지만 아직 60일의 조정기한이 남아있어 김씨는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없었다. 장애인 복지카드로 탑승권을 발권하려 하자 에버랜드 측은 '동승자와 함께 탑승할 수 있는 기구'와 '아예 탑승 불가한 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판결을 언급하며 우선탑승권을 사용하지 않고 줄을 서려했으나, 이 역시 불가능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안전시설을 점검하고 내부 규정을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내년 1월 중순에 소송 원고를 포함한 시각장애인들을 초대해서 탑승할 수 있게 하는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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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씨가 에버랜드 내 이동 기구인 리프트 '스카이워크'를 바라보고 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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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동반인과 함께 탑승 가능한 렛츠트위스트, 허리케인을 한 번씩 더 탔다. 공중에서 거꾸로 매달렸다가, 빙글빙글 돌다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김씨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8년치 쌓였던 답답함이 조금은 풀렸을까. 김씨가 헝클어진 머릿결을 정리하며 "오늘은 다 탄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조정기한이 지나면 다시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김씨는 "오늘 못 탄 놀이기구들이 있지만 소송에서 이겼으니까 품어줘야죠"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아빠가 되더라도 아이랑 함께 와서 추억을 쌓겠다"며 "무서워서 못 탄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냐"고 했다. 김씨는 아이와 함께 찾을 에버랜드는 좀 더 장애 친화적인 곳이였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점자 블록이 깔려있고, 인력지원이 돼서 활동지원사 없이도 혼자 지팡이 짚고 놀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장애인이기 이전에 성인이고, 내 위험은 내가 감당하고 선택하며 책임지는 사람"이라며 "장애인을 수동적으로만 바라보는 인식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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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씨 사건의 판결문을 찬찬히 읽었습니다. 여느 판결문을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판결을 내는 과정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례 없는 사건인 만큼 재판부가 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실증적인 판결을 내려고 애쓴 흔적이 묻어났거든요. 이 재판에서 김준형씨의 입장을 뒷받침한 강력한 증거 중 하나는 1심 재판부의 '현장 검증'이었어요. 판사가 직접 에버랜드로 가서 김준형씨 등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티익스프레스를 탔습니다. 기구를 일부러 40m 높이에서 멈춰 세운 다음 대피하는 시뮬레이션을 했어요. 이 결과는 판결문에 "시각장애인도 별다른 이상 없이 놀이기구들을 이용할 수 있으며 비상상황에서도 탈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라는 문장으로 담겼어요. 또한 법원 감정인은 장애인 탑승을 제한하지 않는 이탈리아의 놀이공원에서 탑승자가 받는 중력가속도를 측정해서 비교했고요, 범퍼카는 최대 속도(시속 12km)와 고무범퍼의 두께(약 20cm) 등을 세세하게 고려해 안전성을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재판부는 에버랜드의 놀이기구 탑승 규정 관련 대원칙 격인 '탑승자 안전기준'을 바꾸라고 판결했습니다. 다음 내용처럼 원문을 대체할 문구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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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 원문 빠른 속도, 회전, 충돌을 동반한 어트랙션 및 탑승자가 직접 운전/조종하는 시설, 걸어 다녀야 하는 시설은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시각적 인지능력이 필요합니다. 시각적 인지능력이란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력을 말하며, 본인 또는 타인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에는 어트랙션 이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김준형씨 사건 재판부의 주문 빠른 속도, 회전, 충돌을 동반한 어트랙션 및 탑승자가 직접 운전/조종하는 시설, 걸어 다녀야 하는 시설의 담당 직원은 시각장애인 탑승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합니다. 시각장애인 탑승자는 해당 시설의 이용방법, 안전성 및 위험성, 비상 시 탈출 방법 등에 대해 설명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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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뚜렷한 관점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어요.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라는 에버랜드의 주장을 나란히 놓고 논리적 타당성만 따져선 나올 수 없는 판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이기 이전에 성인이고, 내 위험은 내가 감당하고 선택하며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김준형씨의 말이 재판부에 가닿은 모양입니다. 지금 당국은 이동권 시위를 원천 봉쇄하지만, 장애인들은 김준형씨처럼 이미 '이동권 그 다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인생 네컷'을 자연스럽게 찍고 싶은 지체장애인 위유진씨의 이야기도 이어서 읽어보세요. 이동해야 일할 수 있고, 놀 수 있고, 또 잘 놀아야 일도 잘할 수 있잖아요. 당연한 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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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그대론데, 왠지 포만감은 예전만큼 느낄 수 없었던 간식. 용량을 슬쩍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슈링크플레이션' 실태가 확인됐습니다. H는 묵음인 견과류 즐겨드신 분들은 꼭 보셔야겠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현재 네덜란드에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해외 일정이 너무 잦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유정인 기자가 역대 4개 정부를 비교해 한번 따져봤습니다. 진짜 문제는 횟수나 일수가 아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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